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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10월호] 아르바이트 해보고 싶은 축구선수, 손경환

2018.10.31 Hit : 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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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 미래가 같음은 축복일까.

 

하나만 잘해도 되는 시대는 끝났다. 운동만 잘해도 성공했던 단편적 인생은 끝났다. 장편을 준비해야만 한다. 선수들에게도 많은 재능이 요구되는 시대다. 인생은 길고 한평생 먹고 살 요량은 적다.

 

자의든 타의든 요즘 축구선수는 축구만 집중할 수 없다. 어떤 선수는 마케팅 자체로 활용된다. 경기가 있는 날에는 축구를 하고 없는 날에는 인터뷰, 홍보 등 선수 자체가 광고판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한편, 경기가 열리는 날에만 축구선수가 되는 부류도 있다. 평소에는 다른 일을 하며 이른바투잡으로 자신의 꿈과 생계가 일치하지 않는 선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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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코레일 손경환은 벌써 내셔널리그 94경기를 뛰었다. 93년생으로 23살에 데뷔, 27살에 100경기를 채울 준비를 하고 있다. 축구밖에 모르는 직업인 인생의 절반 이상을 축구화를 신고 보냈다.

 

매년 20경기 이상 뛰며 실력을 증명했다. 홀로 싸운 전쟁은 4년 동안 하루도 총성이 빗발치지 않는 날이 없었다. 그에게는 휴전이 오는 날 종전 혹은 패전이 된다. 또래는 군대를 가고 휴학생이 돼 빠르면 이제 막 졸업할 나이에 세금을 꼬박꼬박 내고 있다. 또각또각 구두 대신 거친 숨소리와 축구화로 잔디 밟는 소리만 들었다.

 

흔한 축구도 시작은 쉽지 않았다. 과정은 더욱 전쟁 같았다. 숨만 쉬어도 고통이었다.

 

섬에 살았다. 어른들과 함께 하는 조기축구회가 유일하게 공을 찰 수 있는 방법이었다. 운 좋게도 축구 감독과 아는 분이 계셔 시작하게 됐다. 축구가 좋아 열심히 했다. 한 번이라도 잘했던 적은 없었다. 나만의 스타일이라는 게 없는 선수였다. 하라는 걸 했다. 시키는 걸 하면 그게 내 스타일이 됐다.”

 

유명하지 않은 학교에서 유명하지 않은 리그의 유명하지 않은 팀에서 뛰었다. 그렇다고 꿈이 작지 않다. 갈수록 목포 성적도 좋고 FA4강에 진출해 당연히 잘 될 줄 알았다. 자만했다. 몸 관리에 소홀했다. 그래도 내심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대로였다. 데뷔하고 늘 간절하게 살아왔는데 혼자 들떠 모든 걸 망쳤다. 처음으로 간절하지 않았는데 그때 그렇게 바로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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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경기 선발로 나오며 심리적으로는 안정됐으나 그만큼 간절함은 사라졌다. 처음엔 불만이 많았다. ‘내가 더 잘하는데 왜 다른 선수를 더 좋아할까.’ 못 뛰는 것이 이제 익숙하지 않았다. 새로운 도전 생각이 오히려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구나를 깨닫게 했다. 내가 이제까지 해온 가장 중요한 마음을 잊었다. 스스로 보여줘야 하는데, 하나의 상품이다. 내가 내 가치를 못 보여주면 당연히 경기에 못나오는데 그걸 잊었다.

 

유일한 강점이 간절함인데 그게 없으니 더 이상 아무 가치가 없는 선수가 됐다. 그저 열심히 희생해도 살아남을까 말까 했던 선수인데 잊고 살았다. 더 높은 곳을 향해 도전하고 싶었다. 돌아보니 정말 쓸데없었다. 당장 여기서 살아남을지도 모른다. 재계약이 우선이다. 다시 뛰는 걸로 목표로 더 높게, 계단 하나 하나 밟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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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선수에게 축구를 빼보고 싶었다. 축구선수 손경환이 아닌 손경환의 축구 이야기.

 

축구를 하지 않았다면 평범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 축구선수는 좋아하는 걸 하고 평일엔 쉬고, 주말 하루만 일하는 굉장히 쉬운 직업처럼 보일 것 같다. 매일 출근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맞다. 하지만 그만큼 잃은 것도 맞다.”

 

"그만큼 축구를 그만두거나 다른 걸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사람이다. 유명한 선수들이나 경력이 좋은 선수들은 바로 일을 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불안하다. 그럼에도 아주 감사한 삶이다. 굉장히 운 좋고 행복한 사람이다. 좋아하는 걸로 돈을, 그것도 이렇게 어린 나이에 많은 돈을 벌고 있다.”

 

축구선수의 지인은 오직 축구선수다. 일반 사람들과 함께 살아도 우리 삶은 일반적이지 않다. 함께 살고 있는 친구들도 그렇다. 축구선수 출신이다. 축구를 하지 않았더라면 모르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일반 사람들과 만날 시간, 기회가 없다. 축구선수들은 휴가 때도 선수들끼리 논다.”

 

새로 이적한 대전은 숙소를 나가 출퇴근이 가능하다.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자취'였다. 인생의 반을 합숙으로 보냈다. 너무 즐겁다. 한 번은 비가 너무 많이 와 운전을 할 수 없었다. 오전 훈련이라 불가피하게 회사원 친구가 출근하는 시간 같이 집을 나섰다. 말로만 듣던 숨 막히는 지하철을 처음 느꼈다. 처음으로 평범한 20대가 됐다. 이런 일상적인 걸 사실 해보고 싶었다. 힘든데 즐거웠다.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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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특이한 설명은 대부분의 20대 축구선수를 표현하기는 말이기도 하다. 축구선수라는 특별한 직업을 가진 흔한 20대지만 임원면접이니 인적성검사니 지옥철 출근길과 같은 말은 거리가 멀다. 빌딩숲을 보며 꿈을 키운 20대와 달리 3월이 되면 피어나는 잔디와 함께 자신의 진로는 더욱 명확해진다.

 

친구들이 땀으로 와이셔츠를 물들일 때 손경환은 유니폼에 적힌 이름에 땀이 묻었다. 구두를 검게 칠할 때 잔디 초록물로 축구화를 칠했다. 군대를 가고 휴학생이 될 때 납세자가 됐다. 나이를 먹을수록 직업관이 확실해질 때 새로운 진로를 고민한다. 서른이 되고 마흔이 돼 성숙함을 소망할 날에 은퇴를 걱정한다.

 

“20대 초반이 느끼는 낯선 느낌을 이제야 느끼고 있다. 함께 사는 사회를 배우고 있다. 만나는 사람 중 축구가 아닌 사람은 여자친구가 유일하다. 거의 모든 선수들이 그렇겠지만 인터뷰가 아니면 자기 생각을 말할 기회가 잘 없다. 요즘은 운동선수들이 카페도 하고 축구와 다른 일을 할 수 있지만 아직은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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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하면 어렵지 않지만 시도 자체가 두렵다. 익숙한 축구만 했다. 다른 건 할 기회도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 어쩌면 고등학생, 중학생보다 부족한 게 많다. 회사가 많은 빌딩숲을 보면 신기하다. 남들 다 하는 아르바이트도 하고 회사원으로 살아보고 싶다.

 

평범하지 않은 직업을 가진 20, 누구나 해본 평범한 경험이 자신에게는 꿈이 된 20, 시시각각 변하는 취업 트렌드가 남 이야기 같은 20, 과거와 현재, 미래의 직업과 관심사가 일치하는 20.

 

많은 축구선수들과 얘기를 나눠봤다. 유럽파, K리그, 내셔널리그, K3리그 이들에게 꿈을 물으면 대부분 비슷했다. 가고 싶은 팀, 태극마크, 지도자 9할 이상은 축구다. 평생 해온 축구 말고는 다른 생각을 하기란 쉽지 않다. 손경환에게도 꿈을 물었다. 특이했고 울림이 있었다. 낯설며 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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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를 그만둔다면 아르바이트를 하고 카페 사장님이 되고 싶다. 축구선수다보니 술먹는 취미나 유흥을 멀리 한다. 대부분 선수들이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이유기도 하다. 커피를 굉장히 좋아한다. 매번 같은 곳에서 똑같은 일만 해서 그럴 수도 있다. 운전하며 예쁜 곳에서 커피 마시는 걸 가장 좋아한다.”

 

내가 봐도 나는 잘하는 선수가 아니다. 실력으로 회자되기는 힘들 것 같다. 그러니 평생 묵묵히, 열심히, 희생하면서 살고 싶다. 내세울 수 있는 건 간절함이다. 좋은 학교, 우승, 대표팀 경력이다. 그런 게 없다. 바닥에서 맨 몸으로 올라왔다. 그래서 올라갈 곳이 많다. 멈추고 싶지 않고 그럴 생각도 없다.”

 

행복한 축구선수 생활이지만 후배들이나 아는 사람들에게 절대 권하고 싶지 않다. 초등학교부터 축구를 하고 싶었지만 돈이 없어 할 수 없었다. 힘들었던 기억을 다른 이는 느끼지 않길 바란다. 나는 훌륭하지도 않고 잘하는 선수도 아니다. 좋은 경력도 없다. 하지만 엄청 잘 풀린 선수일 수도 있다.”

 

지도자라든지 축구 일을 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사실 배움이 약하다. 이미 아는 걸 가르쳐줄 수는 있어도 다시 배워 가르치기는 너무 어려울 것 같다. 해외를 나가 도전을 해보고 싶다. 여러 곳에서 도전하고 싶다. 안정적으로, 한국에서만 오래할 생각은 없다.

 

아버지는 걸음이 불편하셔서 보러 오기가 힘들다. 어머니는 다칠까 불안해 경기를 못 보신다. 어깨에 가족이 있다. 축구가 좋지만 생계가 더 크다. 그래서 열심히 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만두더라도 곧장 아르바이트와 사업을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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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지금이 너무 특별하면서도 평범해 불안하다.”

 

/기획=박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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