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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8월호] “야!, 아마추어” 김동권도 누군가의 자랑스러운 축구선수다

2018.08.29 Hit : 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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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었다.”


단 한 번도 힘들다라는 말을 해본 적이 없는 선수였다. 그에게 수없이 물었던 경기 소감은 늘 “이겨서 기쁘다” “져서 아쉽다”로 장식됐다. 무심결에 처음으로 내뱉을 수 있던 건 이제껏 흙에 쓴 줄 알았던 다짐과 꿈이 알고보니 단단한 바위 위에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단 한 번도 힘들다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쉬지 못하는 빠듯한 일정에도 오히려 경기 감각이 유지된다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 처음으로 “힘들다”라는 말을 들었다. 7월 25일 KEB 하나은행 FA컵 K리그 2 성남FC에게 승리한 직후였다. ‘아마추어’ 누군가의 조롱에 김동권은 자신의 각오를 다시 깨달았다. 처음으로 힘들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힘들다. 오늘 경기는 정말 힘들었다. 더웠던 날씨나 연장 승부 영향은 아닌데 오늘처럼 힘들었던 날은 정말 없었던 것 같다. 이기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 컸다. 몸보다 마음이 더 무거웠다.”


K리그 2 1위 성남FC와 내셔널리그 1위 경주 한수원이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만났다. 정규시간까지 승부를 내지 못한 양 팀은 연장전에 돌입했다. 치열한 접전 끝에 임성택의 골로 1:0 승리했다. 비록 16강에서 올 시즌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던 김해시청에게 무너졌다. 숙원사업이었던 우승을 했고 마찬가지로 악연이었던 FA컵도 K리그를 꺾었다.


경주 한수원 수비수 김동권은 스물 2011 K리그 1 포항 스틸러스로 시작 해 벌써 8번의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2013, 14 충주 험멜로 K리그 2를, 2014년 울산현대미포로 1, 2, 3부리그를 모두 경험한 선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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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일곱의 선수는 한 팀에서 가장 오래 있던 기간이 2년이다. 그만큼 또래 선수들보다 느낀 게 많았다. 중간에는 해외무대도 있었고 해체된 팀은 이미 2팀이나 된다. 그래서일까 항상 특별한 경기 소감은 없었다. 다만 일관된 경기 평의 끝은 항상 “동료 공격수가 골을 넣어줘 이겼다.” “내가 실점해 졌다.”라는 말이 포함됐었다. 잘 되면 네 덕, 안 되면 내 탓, 뼛속까지 중앙 수비수인 선수다.


“K리그, 특히 성남의 경기장을 밟아본다는 게 큰 동기부여가 됐다. 누군가는 나를 실패자로 부르지만 그럼에도 항상 자신 있었다. 위에서 밑으로 내려왔다고 생각해본 적 없다. 나도 좋은 선수고 저 선수도 좋은 선수, 모두가 좋은 선수다. 각자 모두 열심히 하는 선수들이다. 뛰는 곳이 다르다고 나쁜 선수는 아니다. 그저 묵묵히. 열심히만 했다. 성남이 K리그 2 1위, 하지만 우리도 1위니까 보여주고 싶었다. 모자란 사람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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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리 동기부여가 많은 경기였다. 성남이란 팀은 한국 축구를 상징하는 이미지 중 하나다. 조금의 틈도 보이지 않았다. 92년생인 김동권이 축구를 시작하며 꿈을 가진 2000년대 초중반은 말할 것도 없다. 내 꿈을 확고하게 만들어준 곳에서 그는 ‘자신’있는 사람이고 싶었다.


“초등학교 때 ‘맥콜’ ‘김도훈’이 적힌 유니폼을 가장 좋아했다. 모든 선수들이 그렇겠지만 우상의 팀이었다. 성남과 포항이 붙을 때 나는 목포에 있었고 목포가 성남과 붙을 때는 김해에 있었다. 마침내 꿈꾸던 팀을 상대하니 열의가 불타올랐다.”


“정말 기구한 인연이다. 그렇게 만나고 싶었지만 만날 수 없던 팀. 막상 만나니 떨림도 긴장도 컸다. 우리보다 한 단계 위에 있는 팀이라는 생각은 했다. 냉정하게 마음을 잡았다. 성남은 모두 유명한 선수들이니까 한 수 배운다는 생각으로 나섰다. 그래도 자신은 있었다. 항상 팀을 옮기면서도 나는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자신감이 승리로 이어졌다.”


그와 동갑인 선수들 중 손흥민, 황의조가 가장 핫이슈에 있는 선수들이다. 그들은 현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에만 눈을 돌렸다. 반면 김동권은 한동안 달지 못한 K리그 패치를 팔에 붙이는 게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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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올라가야 한다. 올라가야 한다... 아직은 내셔널리그지만 내 자리에서 최선과 열심히만 생각하면 기회가 온다고 믿는다. 승리했지만 K리그가 이렇게도 멀었나라는 생각을 하니 괴롭다. 작년에는 목포가 4강에 문수 경기장까지 가니 ‘나도 문수에서 같이 뛸 수 있었을 텐데’라는 한심한 생각도 들었다.”


경기를 뛰던 김동권의 가슴을 쿵하고 치는 말이 들렸다. “야, 아마추어!” 마음속에 늘 꿈을 품고 살았던 그에게 축구팬들이 조롱을 보냈다. 하지만 진짜로 화가 났던 건 그 말을 부정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지켜봐야 했기 때문이다.


“한 성남 팬분이 ‘야 아마추어’라고 크게 말을 했다. 사실 나는 아마추어가 맞다. 스물 셋부터 나는 아마추어다. 맞는 말이라 부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자극이 됐다. 더 이기고 싶었다. 가족들과 여자친구, 주위 사람들은 항상 나를 응원해준다. 그럴 때마다 '꼭 올라갈게'라고 했지만 나는 아마추어였다. 그 팬분의 말로 자신감이 생겼다. 새롭게 결심했다. 다시 K리그로 간다면 이만큼 기뻐해줄 사람들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


다행히 오히려 흔들리던 자신의 마음을 확인한 계기가 됐다. 확고하지 않았던 자신의 꿈을 민낯으로 분 순간이었다. 그 순간에도 자신을 응원해준 사람들에게 미안했다. 정말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생각에 생각에, 다짐에 다짐에, 결심에 결심이 덧대지니 힘들지 않을 수가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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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기조는 변하지 않는다. “선수들이 모두 잘 뛰어줘서 이겼다. 멋있게 공격해준 공격수 덕분이다. 우리 경주도 간절하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준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꿈 꾸던 곳에서의 승리도 모두 동료 덕분이라 생각하는 김동권이었다.


“내가 잘하고 열심히 하면 기회가 온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눈에 보이기 위해 튀는 행동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항상 팀이 먼저다. 내가 내 자리에서 잘한다면 기회가 온다. 우리 선생님들은 굉장히 훌륭하신 분들이다. 좋은 선수가 되기 이전에 그분들에게 떳떳한 제자가 되고 싶다. 좋은 기회가 오더라도 지금 감독님 코치님들에게 떳떳한 사람이고 싶다. 나만 생각하는 축구선수는 좋은 선수가 아니다.”


흙에 글씨를 쓰려면 작은 나뭇가지나 돌만 있어도 된다. 그다지 많은 노력이나 결심은 필요하지 않다.

단단한 바위에 쓰려고 하면 이상한 사람으로 쳐다본다. 불가능해서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렸으니 당연히 실패해야 한다.


8번의 유니폼을 바꿔 입으며 들었던 말은 어쩌면 ‘아마추어’보다 훨씬 날카로웠을 것이다. 사실에 근거해 얘기했다는 이유로 조롱한 사람들은 자신의 양심을 나뭇가지로 흙에 쓴 가벼운 말이었을 것이다. 파도 한 번에 사라질 사소한 ‘사실’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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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그리도 우스웠을까 모르겠다. 열심히 바위에 다짐을 새기는 이들에게 왜 우리는 스스로 면죄부까지 허용하며 조롱했을까. 그저 자랑스러운 아들이자 남자친구이고 싶었을 뿐인데.


“맞는 말이라도 사실 나에게 직접적으로 말했던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내 주변 사람들은 나보다 더 많이 들었거나 이상일 텐데라고 생각하면 정말 미안했다. 아버지나 여자친구가 친구들을 만나 ‘어느 팀이야?’ 물어보면 얼마나 난처할지 미안하다. 가슴이 아팠다. 자랑스러운 아들, 이제 내 꿈이다.”


글/기획 = 박상호

사진= 하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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