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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7월호] 스물다섯, K리그 1-2 to 내셔널리그, 눈물 젖은 빵 맛 아는 박요한

2018.07.24 Hit : 1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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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남자의 스물 다섯이란 사실 아무 것도 이룬 게 없어야 정상이다. 스물에 대학에 입학하고 빠르면 스물 하나, 늦으면 스물 둘, 셋에 군대에 간다. 전역하면 스물 넷, 다섯 어떤 남자는 군인이고 복학생이다.


축구를 하는 학생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23세 이하 선수 의무 등록 및 출전 규정(2015시즌부터 K리그 1 소속 클럽의 경우 만 23세 이하 선수를 엔트리에 2명 이상 포함, 그 중 1명 이상을 선발 출장시켜야 한다.)에 따라 어린 선수들의 프로 진출 길이 확짝 열렸다. 요즘 대학 졸업 신인이 거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빠르면 스물 셋 넷부터 납세자가 된다. 평생 축구만 해온 자가 가지는 특권이자 신의 엄벌이다.


김해시청축구단 박요한은 어린 시절부터 이름이 알려진 유망주였다. ‘강원FC 유스 1호’가 그의 수식어였다. 그의 강원FC입단과 첫 선발은 늘 뉴스가 됐다. 어느덧 스물 다섯이 됐다. 박요한을 경기에 뛸 수 있게 해줬던 23세 이하 출전 규칙은 이제 남의 얘기다. 이제 똑같은 경쟁을 해야만 할 때, 소속은 1부리그에서 3부리그로 변했다.


강원FC 프렌차이즈 스타는 3년 만에 1, 2, 3부리그를 모두 뛰게 됐다. 동료 평범한 남학생들은 이제 학교를 졸업할 때, 동료 선수들도 아직 리그에 출전도 못할 때 박요한의 잔뼈는 어느새 굵어졌다. 측면 수비수들이 많이 나가다보니까 공간 노출에 위험이 있는 게 사실이다. 공격시 많이 빠져있을 때, 상대 역습에서 버텨주는 힘이 생기면 더 수월하게 경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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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측면 수비가 귀해진 한국 축구, 스물 여섯에 1부리그 2부리그 3부리그를 경험한 박요한. 이을용이 그러했듯 김인성의 센데렐라 이야기처럼 하부리그의 눈물이 그를 웃음짓게 할 수 있을까.


“프로무대로 시작해 3년째 접어든다. 1년차에는 벤치, 2년차에는 잠깐이나마 10경기 이상 뛰며 느낀 게 많다. 무엇보다 데뷔 3년 만에 풀리그로 뛰고 있다. 오랜만에 많은 경기를 뛰고 있다. 내가 나를 관리하는 방법을 찾는 과정이다. 아무리 체력이 좋은 선수라 하더라도 경기 수가 많다 보니 계절이 바뀔 때마다 컨디션이 달라진다. 극복해야 하는 나만의 방법도 찾고 있다. 많이 성장하는 시기라고 생각하면 지금이 즐겁다.”


“강원FC가 아닌 내셔널리그 임대, 아쉬운 점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2018년도 목표는 강원 잔류였다. (이)근호형, (오)범석이형, (정)조국이형 말만 들어도 선수들한테는 가슴 뛰는 이름이다. 부족하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최고의 선수들과 경쟁하고 싶었다. 버티고 또 버티는 걸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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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하게 깨지고 싶었던 박요한. 오범석, 이근호, 정조국 등 거물급 선수들의 터전이었던 1부리그에서 그는 3부리그, 내셔널리그로 왔다. 도전을 피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맞서고 싶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선수들과 싸워 쟁취하고 싶었다. 하지만 기회에도 자격은 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이 그라운드 하나를 밟기 위해 수많은 땀을 흘렸다.


“남아서 경쟁하는 건 어디까지나 내 꿈이었다. 작년에는 23세 이하 출전 규정 혜택을 받았다. 올해는 그 틀을 벗어나 똑같은 과정, 조건에서 형들과 경쟁을 해야 했다. 그런 와중에 팀에서 작년만큼 못 뛸 수 있다고 얘기해주셨다. 나는 아직 그들과 부딪힐 자격도 갖추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임대를 선택했다. 마냥 어리지 않다. 어떤 경기든 많이 뛰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최대한으로 경기를 마음껏 뛰고 싶었다. 다행히 김해시청으로 올 수 있게 됐다. 윤성효 감독님은 K리그에 오래 계셨다. 다른 코치님, 선수들도 경험이 많아 좋은 팀이다. 가장 좋은 건 K리그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최대한 모든 걸 지원해주는 팀이다.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감독님은 먹고 자는 걸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신다. 경기를 앞두고는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장어 등 몸에 좋은 건 꼭 먹는다. 사실 K리그 팀도 이렇게 먹지는 않는다. 선수들은 팀과 감독님의 지원 덕분에 더 우리의 가치를 보여줘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생긴다. 어느 하나 불만을 가질 게 없으니 우리가 경쟁력을 보여줘야 한다. 지원해줬는데도 성적이 나쁘면 다 우리 책임이다. 많이 이겨야 지원금이 나오고 우리가 잘해야 운영하시는 분들도 편하게 할 수 있다. 축구만 잘하면 된다. 고생하시는 분들에 비해 우리는 너무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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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요한은 ‘나이’를 자주 말했다. 94년생으로 아직 어리다. 이제 20대의 반을 보내고 있다. 나이가 어리다고 무조건 애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나이가 많다고 모두가 어른은 아니다. 분명한 건 박요한은 어른이다. 어린 시절부터 ‘유스 1호’라는 기대와 부담 사이에서 자신의 목을 스스로 졸라야 했다. 지칠 여유라도 느끼면 혹독하게 채찍질을 해야만 했다. 자 이제 누가 철없는 아이인가.

“나이가 들수록 ‘한 경기’의 소중함을 느낀다. 좋은 팀에서 이기면 좋다. 한 살 한 살 더 간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직업군에 비해 축구선수는 수명이 짧은 게 사실이다.”


“힘든 게 너무 당연하다고만 생각했다. 선수 본인이 이겨내야 할 당연함이라고만 생각했다. 능력을 가진 선수들에게는 한 번씩 기회가 온다. 그러니 내게 기회가 오지 않았던 건 스스로 부족했던 게 맞다. 설령 기회가 와도 잡으려면 결국 준비가 돼있어야 한다.”


“체계를 갖춘 곳은 경쟁이 존재한다. 나 역시 K리그 1에서 왔으나 처음엔 주전 경쟁이 힘들었다. 지금도 어떻게 모든 경기를 뛰었는지 잘 모르겠다. 내셔널리그에서 내 잠재력과 가치를 보여주지 못하면 끝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나는 갈림길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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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의 나이에 1부, 2부, 아니 내셔널리그에만 와도 다행인 게 현실이다. 역대 최악의 취업난은 축구도 예외는 아니었다. 당장 고등학교 진학부터 학원 축구냐, 프로 산하냐부터 대학에서는 수도권 혹은 지방, 대학에 가서도 졸업, 조기 진출, 내셔널리그 등 무수한 선택지가 많다.


냉정하게 당장 유소년 축구 대회 현장을 가도 어린 선수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걸 못한다. 창의적인 축구를 하려고 하면 무수히 많은 사공이 배를 무너뜨린다. 고1은 고2, 3을 위해 벤치에 있어야 한다. 평생을 선택 당하게 하고 갑자기 주체적으로 선택하라니. 어린 선수들의 실패는 너무 당연한 구조다.


“대학, 고등학교 선수들은 내셔널리그라는 무대를 사실 인식하지 못한다. 무관심이 맞다. 처음 꿈을 가졌을 때 내셔널리그를 목표로 시작했던 선수들은 없었다. 스스로도 이곳에 올 거라는 생각을 못한다. 그래서 이곳에서 성장하는 선수가 적다고 생각한다. 프로의 세계는 누구도 쉽게 말하기 어려울 만큼 냉정하고 어렵다.”


“1년차에는 2부 리그에, 2년차에는 1부 리그에서 뛰었다. 사실 2부 리그도 내셔널리그랑 다른 게 없다. 언론의 노출도 적다. K리그가 관심이 더 많을 뿐 이 세계에서도 경쟁은 굉장히 치열하다. 리그 경쟁력을 갖춘 곳이다. 직접 세 리그를 경험하며 느꼈다. 현재 내가 어떤 마음으로 축구를 대하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나처럼 프로 유스가 아니라면 선수들은 선택할 기회가 너무 적다. 자기 스스로 생각할 시간도 없다. 부모님의 뜻에 따르고 에이전트의 말을 들어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 첫 팀에서는 실패를 하는 것 같다. 내셔널리그도 어린 선수들이 와도 좋은 곳이다. 그런데 홍보를 너무 안 한다. 차근차근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곳이라는 걸 어필한다면 고민이 많은 어린 선수들에게 충분히 기회의 장이 될 리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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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스 1호에서 임대생이 됐다. 활발해진 임대 문화는 확실히 긍정적이다. 하지만 악용되는 경우도 많다. 임대를 다녀오면 보장해주겠다는 말을 퇴출로 돌아오는 경우가 허다했다. 앞으로도 수많은 어린 선수들이 박요한처럼 될 것이다.


“분명 리그마다 특색은 있다. K리그 2 2부 리그는 오히려 기회가 덜 온다. 하부리그라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보여도 그렇지 않다. 승격이라는 살벌한 공기는 아주 차가웠다. 다행히 23세 이하 규정 덕분에 출전했지만 나 역시 나이가 많았다면 단 한 번의 기회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 K리그 1은 강등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라는 팀마다 다른 목표가 존재한다. 구단마다 가는 길이 다르게 보였다. 상위권은 오히려 유소년 선수를 키우며 미래를 본다. 하지만 하위권 시도민구단은 너무 치열하다. 강원이 그동안 한국축구가 가지지 못한 비전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원 소속으로 잠시 내려왔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게 안일하게 생각해서는 절대 쉽게 살아남을 수 없다. 반드시 실패할 것이다. 나 역시 처음에는 조금만 노력해도 통하겠다라는 안일한 생각도 있었다. 2~3일만 훈련해보면 안다. ‘나는 여기서 끝나겠구나.’ 여기 있는 친구들도 가진 역량이 굉장히 좋다. 축구선수라면 더 높은 무대에서 뛰고 싶은 마음은 다 똑같다. 살아남는다면 2018년이 마지막 내셔널리그겠지만 다시 온다고 기분이 나쁘고 거리낌은 없다. 내셔널리그는 왜 매년 K리그 진출자가 증가하는지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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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1 FC서울 이을용 감독은 철도청 축구단(現대전 코레일)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7년이 지나 2002년 월드컵 신화의 축이 됐고 대한민국 최고 명문팀 감독까지 올라갔다. 밑의 경험은 단담함을 만들어준다. 뿌리 깊은 나무는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눈물이라는 자양분이 생긴 박요한도 단단해질 것이다.


“쉽지 않은 경험을 했다. 이제 첫 팀이 생기는 나이인데 대한민국 축구를 대표하는 3개 리그를 경험했다. 제일 높은 리그에서 순위도 좋았다. 가장 정점에서 3부 리그로 오는 경험도 했다. 아픈 만큼 행복한 날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남은 축구선수 인생에서 좋은 계기가 될 것 같다.”


“어느 팀을 가나 주전 보장은 없다. 1위라는 좋은 기운을 가지고 스스로 가진 기량을 보여준다면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축구선수로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게 자신감과 같은 정신적 요소라고 생각한다. K리그 2년 동안은 그게 제일 부족했다. 내셔널리그에서 점점 K리그로 올라가는 선수들이 많다. 나도 선배들처럼 묵묵히 내실을 쌓다 보면 좋은 기회는 온다. 그걸 잡을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만 한다.”


유명 축구 시뮬레이션 게임에 ‘튜터’라는 용어가 있다. 개인 지도 교사라는 뜻으로 베테랑 선수가 신인 선수들에게 특히 정신적인 부분을 가르쳐준다. 지난해 K리그 돌풍의 중심이었던 강원은 많은 베테랑 선수들이 합류했다. 박요한은 이런 선배들과 함께 지낼 수 있었던 시절을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오범석 선수만큼만 해보는 게 꿈이다. 축구실력은 굉장해서 말할 필요도 없다. 범석이형은 아무리 후배라도, 나이가 어려도 사람을 존중한다. 단 한 번도 사람에게 나쁘게 행동하지 않는다. 후배 입장에서 성실하고 실력 좋고 선배, 후배에게 귀감이 되는 모습만으로 큰 배움이 된다. 이런 형들을 보면 막연한 꿈이 확실한 길로 보이기 시작한다. 전혀 안 보이던 길이었는데 ‘저런 분들처럼 따라가면 나도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지금은 없는 근호형도 그랬다. 나이 어린 선수들은 ‘감히 우리가 근호형이랑 같이 있어도 되나’라는 말을 많이 했다. 다른 팀 친구들을 만나 근호형이라는 말을 하면 ‘와 근호형이라고 불러?’라는 말을 꼭 했다. 이런 말을 듣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근호형의 품을 벗어나니 더욱 대단한 선수였음을 느낀다. 월드컵 앞두고 다치니 모두가 걱정을 했다. 어떤 말을 하지 않아도 어떤 말보다 소중함을 알려준 존경하는 선배들이다. 나도 이런 선배가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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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요한에게는 무기가 생겼다. 1부리그 선수들이 가지지 못한 하부리그의 지독한 간절함이다. 잉글리쉬 프리미어리그 레스터 시티 제이미 바디는 아마추어에서 월드컵 4강 선수가 됐다. 같은 강릉 출신 이을용도 실업 축구선수에서 월드컵 4강, 프로팀 감독이 됐다. 눈물 젖은 빵은 먹어본 사람만이 알고 있다. 지금 박요한의 절실함을 이길 사람은 없다.


“꼭 반드시 올라가야 한다는 간절함을 가졌기에 누구보다 더 많이 뛸 수 있다. 솔직히 잘 풀려서 여기 온 선수들은 없다. 잘해서 올라가는 게 아닌 여기서 떨어지면 죽는다고 생각한다.”


“축구선수가 되고 초심을 많이 잃었다. ‘나는 어떤 축구선수가 되어야 할까’ 바쁘다는 핑계로 이런 고민을 놓고 살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를 욕하는 사람만 없었으면 좋겠다. 박요한 이름이 나오면 좋은 사람, 착한 선수라는 말만 들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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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빼고는 하루, 이틀 부모님도 못 뵙고 친구들에게 연락도 자주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많이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감사하다. 특히 대단한 선수도 아닌데 항상 챙겨주고 걱정해주시는 팬분들의 존재가 가장 큰 힘이 된다.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 더 이 악물고 노력해 가장 유명한 내셔널리그 출신이 되고 싶다.”


글/기획 = 박상호

사진= 최선희 기자, 강원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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