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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3월호] [포커스] "나는 나를 믿는다" 조주영이 내셔널리거가 된 이유

2018.03.09 Hit : 3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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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참 어려운 일이다. 스스로를 버려야하는 순간이 온다. 매사에 신중해야하며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 잘못하지 않았음에도 꾸짖을 책(責)을 자처해 맡아야하는 경우가 생긴다.


2018 내셔널리그 개막을 앞둔 김해시청축구단이 홈페이지를 개편했다. 낯익으면서도 놀라운 얼굴. 기자들과 많은 축구팬들의 공통된 의아함. ‘조주영’ 아주대 출신으로 광주FC에 입단해 K리그1에 데뷔했다. 데뷔 초반부터 남기일 전 감독의 신뢰를 받았던 특급 유망주다. 2017년에는 22경기 출전해 5득점 2도움으로 팀내 최다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팀 강등에도 불구하고 분전했던 선수들 중 하나다. 김민혁, 송승민, 임선영 등과 함께 팀을 떠나는 게 아니냐는 팬들의 우려가 있을 만큼 잘해줬다. 조주영의 2018년은 광주는 아니다. 하지만 내셔널리그다. K리그1마저 원할 재능과 잠재력은 왜 내셔널리그로 향하게 됐을까. 2~3개월 팬들과 기자들의 물음이 조주영에게 많이 향했다. 답하지 못했다. 2달이 2년 같았을 조주영이 내셔널리그 공식 매거진을 통해 답한다. 왜 김해며 내셔널리그인지 미안함으로 답한다.


“광주 팬들에게 정말 죄송하다. 전지훈련장에서 내 모습이 보이지 않자 많은 팬분들께서 연락을 주셨다. 기자님들의 전화도 많았다. 하지만 답을 드릴 수 없었다. 무엇보다 내 자신 스스로가 굉장히 많이 힘들었다.”


약 3~4개월 ‘축구’를 못했다. 치열한 잔류 싸움을 이기려는 생각이 욕심이 됐다. 과욕이 됐을 때 부상당했다. 활약이 절실한 팀 상황에서 도움이 되지 못해 굉장히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조주영 본인은 2017년을 만족하지 않았다. 심지어 ‘최악’이라는 말도 사용했다. 하지만 광주의 강등과 함께 다른 K리그 팀들이 속속 영입을 제안했다.


“광주에 남을 생각이었다. 내가 뛰는 곳이 K리그2건 1이건 중요하지 않다. 나는 단지 축구만 하면 만족한다. 가장 중요한 건 계약 기간이 남았다. 약속이다. 이곳저곳 연락을 받았지만 내 팀은 광주다. 다만 최악인 몸 상태와 개인 성적으로 뛰고 싶은 의지가 커졌을 뿐이다. 광주에서 축구할 생각이었지만 나와 에이전트, 구단 셋이 따로 대화를 진행해 상처와 오해가 생겼다.”


조주영은 광주를 떠날 생각이 없었다. 이는 광주 구단도 느낀 부분이다. 하지만 시즌을 마치고 제안을 받는 시기와 조주영이 부상으로 뛰고 싶은 의지와 강등에 대한 팀의 미안함이 의도치 않게 겹쳤다. 축구를 하고 싶다는 의지가 광주를 떠나고 싶다는 의지라는 오해로 변질됐다. 선수-구단-대리인이 한 자리에 모여 대화하는 체계가 아니어서 생긴 오해다.


누구의 잘못으로 생긴 오해가 아니다보니 오히려 더 풀기가 어려웠다. 결국 꼬인 매듭은 잘 풀었으나 시간이 문제였다. 박진섭 신임 감독 체제하에 팀은 빠르게 움직였다. 박 감독 역시 조주영 복귀를 위해 직접 나섰을 정도로 잘못이 아닌 단순 오해였다. 이미 전지훈련과 팀 구성은 시작됐기에 조주영만을 위해 따로 공간을 낼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그 역시 그러길 원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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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 코치님과도 얘기를 많이 했다. 처음엔 굉장히 많이 힘들었다. ‘어떻게 감당해야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많은 일들이 복합적으로 묶였다. 직접적인 잘못이 없었기에 오해가 커졌다. 다행히 잘 풀렸지만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나 팀에 합류할 수 없었다. 이미 구성이 끝났는데 내가 복귀하는 것도 솔직히 말이 안 된다. 그래서 선택이 더 힘들었다.”


“정말 많은 오퍼가 있었으나 K리그는 내가 싫었다. 광주가 내 팀이다. 이적이 아닌 임대다. 그런데 다른 K리그 팀은 도무지 말이 안 된다. 광주에서도 많은 생각을 하셨는데 임대가 될 수 있던 건 윤성효 감독님 덕이다. 몇 번이나 단장님과 팀에게 전화해 어려운 상황에 놓인 나를 1년 동안 열심히 가르치고 싶다고 부탁하셨다고 했다. 솔직히 윤성효 감독님처럼 엄청난 분이 나를 그렇게까지 생각해주신 점에 놀랐다. 나도 구단도 내셔널리그 임대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지만 감독님에게 감동받아 임대를 오게 됐다. 솔직하게 나는 이 임대가 정말 감사하고 반갑다.”


내셔널리그 특성상 새 얼굴이 오고 간다. K리그1 강원FC의 안상민과 박요한을 임대했고 브라질 외인 호물로와 빅톨을 데려왔다. 윤성효 감독은 마지막 퍼즐로 정상급 공격수를 원했고 마침 조주영이 있었다. 윤성효 감독이 이토록 자신하고 광주와 조주영도 믿을 수 있는 것은 지언학 사례로 알 수 있다.


2017 시즌 ‘아마추어 선수가 신인선수 입단 희망서를 제출하지 않고 해외 프로팀에 입단한 경우 5년간 K리그 등록을 금지’ 5년룰로 K리그 입단이 좌절된 지언학을 2월 중순께 데려와 부활시켰다. 당당히 우승후보로 성장했고 혼란해진 지언학에게 자신감을 줬다. 조주영도 마찬가지다. 합류 시기나 상황이 비슷하다.


“어떤 말을 들어도 위로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찰나에 윤성효 감독님께서 따로 부르셨다. ‘1년 열심히 축구해 오해를 풀어야 한다’ ‘너는 가능성이 있다’ 너무 좋게 봐주셨다. 사실 나는 그만큼 선수가 아니라 죄송하다. 열심히 말고는 보답할 길이 없다. 1년 배운다고 생각하고 있다. 신인으로 돌아가 초심을 잡았다. 지금 이 상황을 이해 못하시는 분들이 많으신 것도 안다. 밑바닥 선수라고 생각하고 죽어라 뛰겠다. 팬들과 광주, 김해에게 인격적으로도 성숙해져 돌아가겠다. 모두 감사하고 죄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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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입단해 혜성처럼 등장했으나 조주영의 스트레스는 말할 길이 없었다. 온갖 어려운 상황을 이겨냈다. 매년 반복된 잔류 걱정은 누구도 공감하기 어려운 압박이었다. 하부리그로 내려온 조주영의 걱정과 스트레스틑 오히려 더 커졌다.


“역경을 발판 삼아 다시 올라갈 생각이다. 솔직히 K리그1 강등, K리그 2승격 걱정보다 내셔널리그가 더 고민이다. 오히려 더 치열하고 스트레스가 많은 리그다. 솔직히 내셔널리그와 상위리그의 차이는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직접 느끼기로는 외국인 선수를 비롯한 종이 한 장 차이다. 그걸 극복해내는 과정을 배우고 있다.”


“오히려 도전 욕구가 더 커졌다. 또래 선수들이 많다. 편견을 깨보고 싶다. 한 팀에 오래 있는 것도 좋지만 어릴 적부터 여러 감독님들의 생각과 축구를 배우고 싶었다. 한 끗 차이가 큰 결과를 만든다는 걸 알았다. 내 자리를 지키고 싶다. 목표는 김해시청에서 살아남기다. 이 한 끗 차이를 극복한다면 임대 복귀 후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K리그1에서 진가를 보였던 조주영이지만 여전히 압박을 느낀다. 현재 그의 몸과 머리를 괴롭히는 건 생존이다. 브라질 외인 호물로와 빅톨이 합류했다. 지언학이 2018년에도 함께 하고 한의혁, 주광선, 안상민 등 강력한 공격진을 구축해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내셔널리그가 더 힘들고 치열하다는 그의 말은 각오이자 목표이자 생존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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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순위 스플릿부터 발목이 안 좋아 쉬었다. 팀 합류도 못했다. 혼자 밖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불안했다. 그러면서 부상이 지속됐고 회복도 늦었다. 아직 신인이라 자기 관리를 잘 몰랐다. 모든 선수들이 언제나 나보다 돈을 많이 받는 선수였다. 외국인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국내 공격수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 꼭 공격 포인트를 올려야만 축구를 할 수 있다. 언젠가부터 살기 위해 축구를 하고 있었다.”

“매 순간 운이 좋았다. (정)조국이형이라는 큰 산이 있었고 강등이 있었다. 그럼에도 뛸 기회가 생기자 의욕이 과했다. K리그1의 성적이 내셔널리그에서도 이어질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매사 들뜨지 않으려고 다짐한다. 힘들 때 좋은 팀, 김해시청이라는 명문에 왔다. 기쁘다. 늦게 합류한 만큼 더욱 헌신하겠다. 꼭 우승하겠다. 챔피언은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세 번 영원하다는 걸 만들고 싶다. 잠시 온 선수가 아니라 이 순간은 김해의 선수라는 걸 늘 새기며 뛰겠다.”


역경을 뒤집으면 경력이 된다. 꼭 아프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언젠가 한 번쯤 찾아올 힘든 순간을 맞았다. “솔직히 이것보다 더 힘든 상황이 오지는 않을 것 같다. 다행히” 넌지시 전했던 말이 그의 심경을 대변한다. 조주영은 드디어 축구를 한다.


“이보다 더 힘든 일... 솔직히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이겨내면 앞으로 어떤 힘든 일이 생겨도 이겨낼 자신이 있다. 그동안 사람들의 물음에 답하지 않았던 건 로봇처럼 ‘반복’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가 못해서 왔습니다.’ 이러지 않는 이상 믿지 않을 거라는 두려움이 있었다. 순간의 기사만 보고 달려드는 연락들이 무서웠다.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고 연락을 피했다. K리그를 하고 싶은 게 아니었다. 그냥 축구가 하고 싶다.”


나쁜 시선이 두렵다고 왜 제가 그래야 합니까?

매일 매일 생존 속에서 압박을 이겨내야 했다. 상위 스플릿, 잔류 목표가 아닌 우승을 목표로 하는 선수다. 결국 내셔널리그로 왔다. 늘 성장이 고픈 젊은 선수에게 또 한 번의 기회가 왔다. 배우고 싶고 땀 흘리고 싶다. 조주영은 조주영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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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믿는다. 내 자신을 믿는다. 내가 잘하고 혼자 만들 생각 없다. 이 선수들과 함께 우승하려고 왔다. 내가 골을 못 넣어도 괜찮다. 팀이 우승만 할 수 있다면 뭐든 좋다. 조주영을 다시 돌아보는 시간에 감사하다. 제로베이스, 뒷방, 밑바닥에서 다시 시작하겠다. 매일 위를 보며 살겠다. 나는 절대 쉬어서는 안 되는 선수다.”


오랜 기다림 끝에 입을 열었다. 조주영은 조심스레 자신을 얘기했고 하고 싶었던 말을 전했다. 이 글의 마지막 질문은 “혹시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못한 말이 있습니까?”였다. 그리고 그는 딱 한 마디만 했다.


“꼭 다시 돌아가고 싶어요.”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기획/글 = 박상호(ds2idx9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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