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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12월호] 축구가 어려워 울던 꼬마, 철인으로 성장하다

2017.12.15 Hit : 1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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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리그 웹진 12월호] 축구가 하고 싶어 울던 꼬마가 있었다.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 2배, 3배 이상 뛰어도 만족스럽지 않아 쓰러져 우는 소년이 있었다. 이게 끝인가 싶어 포기하려 했을 때, 비로소 철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전 경기 출전한 김민준 이야기다.


축구는 전쟁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치열하다. 많은 선수들이 다친다. 시즌 전 경기 출전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봄여름가을겨울을 모두 이겨내야 하고 부상 없이 몸관리도 철저해야만 한다. 2017 내셔널리그 철인상 김해시청축구단 김민준이었다. 누구보다 약했고 축구가 어려운 꼬마였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자 철인으로 거듭났다.


28경기 출전에 챔피언십 4경기까지 모두 뛰었다. 11월 챔피언십 일정에서는 전 경기 풀타임으로 준우승에 공언했다. 막판 2차전에서 우승을 놓쳤지만 11월 21일 서울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2017 내셔널리그 어워즈에서 2관왕에 오르며 기쁨을 맛봤다. 시즌 베스트 11에 선정됐다. 그가 더 기뻐한 상은 ‘철인상’ 전 경기에 출전한 공로를 인정해 수여한다. 올해는 94년생 어린 선수가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남다르게도 그가 전 경기 출전이 가능했던 건 축구를 못해 울던 지난 날 덕분이었다. 실패와 절실함이 마음껏 축구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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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리그 실패


김민준은 김대호에서 다시 태어난 철인이다. 울산대 출신으로 프로팀을 노렸으나 실패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공개테스트로 팀을 구했다. 그의 간절함이 통했는지 2016 K리그 챌린지 부산 아이파크 공개 테스트에 성공했다. 강등 이후 절치부심으로 승격하겠다는 팀의 의지와 일맥상통했다.


초반부터 기회를 잡았으나 리그 중반에는 부상과 기타 적응 문제가 겹치며 아주 평범하게 K리그를 실패로 마쳤다. 여타 내셔널리그에 오는 선수처럼 김민준의 상처가 생겼다.


“부산 합격을 했지만 늘 불안했어요. 막상 와보니 저만큼 간절하지 않은 선수가 없었어요. 프로란 간절함은 기본, 반드시 성실해야 하고 거기에 실력까지 좋아야하는 곳이었어요. 다행히 이 악물어 초반에 기회를 잡았지만 부상과 팀 문제로 뛸 수 없었어요. 너무 뛰고 싶었죠.”


“자존심도 상했고 독기 밖에 없었어요. 솔직히 경기를 뛰면서 그게 많이 줄었어요. 계속 기회를 못 잡은 건 돌이켜봤을 때 다 제 잘못이 맞아요. 그래서 김해가 고민됐어요. 내셔널리그라서가 아니라 제 실력이 너무 부족한 것 같았어요.”


■ 다시 찾은 간절함


한 번 편리함의 쾌락에 빠지면 빠져나오기 힘들다. 김민준도 마찬가지였다. 가장 큰 문제는 스스로 생각이 멈췄다. 축구가 재미없어졌고 포기라는 고민이 아주 달콤하게 다가왔다. 간절함과 절실함이 다시 생기기까지는 윤성효 감독의 덕이 컸다.


“윤성효 감독님을 만난 건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솔직히 감독님 아니었으면 축구를 그만뒀을 것 같아요. 자신감이 없었어요. 그렇게 행복했던 축구가 나름의 트라우마로 자리잡았어요. 만약 올해도 못뛰었다면 또 쓰러져 울었겠죠.”


■ 1경기, 10경기, 20경기, 전 경기


2017년 김민준은 조심 또 조심스러웠다. 한 경기 출전을 위해 모든 걸 준비했다. 동계훈련부터 개인 신체 관리부터 식사까지 조금도 틈을 놓지 않았다. 스물 넷이라면 좋아할 자극적이고 몸에 나쁜 음식도 피했다. 시즌이 끝나고도 마찬가지였다. 베스트 11, 철인상 2관왕을 수상한 날에도 가급적 밤 늦게 음식 섭취나 가벼운 음주도 멀리했다.


개인 훈련 외에도 이토록 몸관리에 힘쓴 이유가 있다. 김민준이 지난해 K리그 1년차 갑자기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게 부상이었다. 여름부터 부상으로 쓰러진 김민준은 회복 후 기량이 정상적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컨디션 또한 갈수록 난조였다. 자신감은 떨어졌고 정신적 충격이 더 컸다.


몸관리 실패가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이미 상처로 겪은 김민준이었다. 다시 흉터가 자라기 위해 스스로 아프기를 선택했다. 힘든 고통의 시간을 자처했고 이제는 철인왕이라는 흉터가 모든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그로 만들었다.


“노력만 해서 실패했어요. 피나는 노력을 하지 않아 실패했어요.부상이 정말 끔찍해요. 작년 부상으로 저는 완전 최악인 사람이 됐어요. 축구도 싫었고 그냥 모든 게 무서웠어요. 결국 제 책임이에요. 프로라는 곳은 정말 냉정해요. 그냥 잘하기만 해서는 안 되는 곳이니까요. 생각해보면 관리를 못했어요. 프로 자격이 없었죠.”


“하나하나 조심스러워요. 시즌이 끝났지만 선수로 살아가는 동안은 당연히 감수해야된다고 생각해요. 술, 담배는 당연하지만 라면이나 과자처럼 몸에 나쁜 건 늘 신경쓰이죠. 정말 좋아해요. 먹는 걸 정말 좋아하지만 늘 자제하려고 해요. 그래도 많이 먹어서 주변 사람들은 아마 믿지 못할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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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 성공하고 싶다


선수라면 당연하겠지만 성공하고 싶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갚고 싶다. 이제야 축구를 좀 한다는 자신감을 찾았을 때도 가장 먼저 고마운 사람들이 생각났다. 당연했던 노력을 할 수 있도록 해준 고마운 사람들에게 하나씩 갚으려면 성공하는 길이 전부다.


다행히 상을 두 번이나 받아 수상소감을 여유롭게 전했다. 김민준은 당초 시상식 불참이었다. 쌍둥이 동생이 호주 리그에서 축구선수로 활동 중이다. 시즌이 끝나고 동생을 보러 호주로 가려했지만 수상 얘기를 듣고 시상식에 참가했다. 축구로 상을 받아 떨리는 것도 마찬가지지만 지금까지 도와준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겼다.


“고마운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우선 부모님, 집이 여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두 쌍둥이 축구선수를 키우셨어요. 솔직히 집에서 한 명만 축구선수를 해도 지원하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이를 악물었어요. 남들보다 일찍 나가 새벽부터 운동해야 했어요. 상을 받자마자 부모님 생각이 참 많이 났어요. 호주에 있지만 늘 옆에 있는 것 같은 쌍둥이 동생도 정말 고마웠어요. 가족이 없었으면 이 자리에 없어요.”


“윤성효 감독님과 코치님, 김해시청에 감사해요. 감독님 덕분에 모든 경기를 뛸 수 있었어요. 월요일 소고기, 화요일 돼지고기, 수요일 장어, 목요일에는 곰탕을 먹도록 사비로 신경써주셨어요. 정말 감사해요. 다시 축구를 시켜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모든 경기에 뛸 수 있도록 믿어주신 게 제일 감사해요. 축구로 울었던 날은 이제 생각도 안 나요.”


“또 한 분은 제 기사를 써주신 기자님이 계세요. 올 겨울부터 저와 팀을 정말 열심히 취재하신 기자님이신데 시상식에 못오시는 줄 알고 제가 수상소감을 안 했어요. 혹시 인터뷰를 하게 되면 그때 감사인사를 넣으려고 했어요. 되게 보잘 것 없는 선수인데 제 이름 개명이나 이제껏 축구하면서 생긴 어려움을 많이 물어봐주셨어요. 무명선수인데도 엄청 취재를 많이 하셔서 인터뷰를 해주셨어요. 더 높은 곳에서 인터뷰하자고 약속했어요. 정말 모두에게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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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수


국가대표 붙박이 주전 왼쪽 수비수 김진수는 김민준의 롤모델이다. 그의 모든 걸 닮고 싶다. 그래서인지 공격 전환시 동작이나 활동량이나 상당수를 빼닮았다. 김민준은 김진수와 한 번이라도 만나보는 게 소원이다.


올 시즌을 끝으로 김해시청을 떠나는 게 유력하다. 어렵더라도 K리그 클래식에 도전하려는 이유도 김진수다. 어떻게든 K리그 클래식으로 가 벤치라도 김진수를 보고 싶다. 만약 같은 경기장에서 뛰어 악수라도 하게 되면 어떨까 웃음 나는 상상을 하곤 한다. 다소 엉뚱하지만 반드시 높은 곳을 가야만 이뤄지는 소원이 있어 포기하지 않는다.


“어제 내셔널리그 시상식 전날(11/20)에 K리그 시상식이 열렸잖아요. 김진수 선수가 베스트 11에 올랐는데 저도 같은 포지션에서 상을 받아 굉장히 기뻐요. 무엇보다 그날 아내분과 키스하시는 모습에 또 한 번 반했어요. 너무 멋있어요. 꼭 K리그 클래식으로 가고 싶어요.”


“벤치에 앉더라도 가서 배우고 싶어요. 김진수 선수와 악수만이라도 좋은데 같이 뛴다면, 맞붙으면 정말 더 많이 성장할 거라 생각해요. 아직 너무 부족해요. 더 강한 팀, 선수들과 깨지면서 공부하고 싶어요. 내년에도 또 도전할 겁니다. 어렵겠지만 하고 싶어요. 어려운 건 올해도 마찬가지였어요. 김진수 선수처럼 포기하지 않는 김민준으로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싶어요.”


글=박상호 기자

사진=하서영, 이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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