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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9월호] 이름 바꾼 김민준, 80:1 경쟁률 뚫고 최고 DF로!

2017.09.05 Hit : 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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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리그 웹진 9월호] 개명 [改名]. 흔히 이름이 인생을 결정짓는다고 한다. 그만큼 처음 지을 때 신중해야한다. 그렇지 않다면 법원의 ‘개명을 위한 상당한 이유’가 인정돼 허가가 필요하다. 그래야 개명할 수 있다.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아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개명에 한 줄기 희망을 건다.


김해시청축구단 김민준의 얼굴은 익숙하다. 이름은 익숙하지 않다. 2017 내셔널리그 시즌 개막을 앞둔 그의 이름은 여전히 ‘대호’였다. 동계훈련장에서도 그는 대호로 불렸다. 개막 앞두고 ‘민준’으로 바꿨다. 80대1의 프로 테스트까지 뚫은 재능. 뛰어난 유망주가 이름으로 인생을 바꿔야만 했던 구구절절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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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차에 선수 인생을 반드시 바꿔야만 했던 상당한 이유는 무엇일까. 24년의 인생을 버려야할 만큼 작은 희망이라도 건져야할 사연은 어땠을까. 대호로 자라 민준으로 다시 태어난 축구선수 이야기. 단 한 번, 인생을 바꿀 기회가 온다면 그는 뭐라도 하고 싶었다.


나에겐 윤성효 감독이 제일 축구를 잘하는 사람


2017 시즌을 앞두고 김해시청이 윤성효 신임감독으로 사령탑을 교체했다. 남승우, 김동권, 하강진 등 각 포지션을 최고의 이름으로 채웠다. 기세를 몰아 개막전부터 패배를 모르더니 17라운드까지 무패행진을 달렸다. 중위권을 맴돌던 김해가 이제는 패배를 모르는 팀이 됐다.


“첫 목표는 우승이었다. 점점 무패가 쌓이고 감독님은 ‘무패 이어가자’라는 목표를 주셨다.”


잘 이어갔다. 전반기를 무패로 마무리하고 후반기도 실점하는 상황에서도 극적인 골로 무패를 지켰다. ‘언제 무너질까’라는 걱정은 ‘오늘도 지지 않겠지’라는 안도로 변했다. 8월까지 잘 버텼으나 18라운드 8월 4일 목포시청에게 일격을 맞았다. 이제 패배를 아는 김해가 불안해보였다.


“오히려 편해졌다. 다시 초심을 찾았다. 돈독해지고 하나로 뭉쳐졌다. 겨울부터 윤성효 감독님으로 팀이 바뀌었다. 그만큼 새로운 선수들이 왔다. 감독님은 ‘팀워크를 다져야 한다’고 하셨다. 모두가 다시 서로를 믿게 됐따. 처음 왔을 때의 마음을 새로 잡았다.”


“무패우승이 깨져 아쉽다. 김해시청 새 역사에 포함될 수 있어 기뻤다. 김해가 기록의 중심인 것도 좋았다. 2:1 지고 있는 상황에서 동점골을 넣은 적이 있다. 모두가 무패라는 역사를 위해 희생했다. 각자 팀에 기여하고 있음을 느꼈다. 전반기 거의 모든 경기를 뛰었다. 기뻤다. 힘들지 않았다. 그만큼 감독님이 믿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2016년 부산 아이파크의 80대1 경쟁률 테스트를 뚫고 입단했다. K리그 챌린지 전반기에서 맹활약하며 언론의 주목도 받았다. 하지만 여름 부상으로 위기가 찾아왔고 결국 1년 만에 내셔널리그로 와야 했다. 자존심 상하는 상황에서 오직 윤성효 감독만 보였다.


“은인이다. 윤성효 감독님이 한국축구에서 가장 축구를 잘하는 분이라 생각한다. 처음은 되게 ‘경상도 사람’ ‘상남자’ 알고 보면 굉장히 따뜻하시다. 누구보다 열의가 강한 감독님이다. 운동장에서 소리도 많이 치신다. 열정적이시다. 특히 개인 사비로 고기를 많이 사주신다. ‘되게 멋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월요일은 돼지고기 먹고 화요일은 장어고기 먹고 수요일은 소고기 먹는다. 진짜 좋다.”


나는 아무리 해도 안 되는 사람, 역시 안 되는 사람


울산대 출신 신인 김대호가 드라마같은 극적인 테스트로 프로무대에 올랐다.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올림픽 축구 대표팀에 선발될 만큼 뛰어났던 유망주를 원하는 팀은 없었다. 어떻게든 팀에 가야했고 테스트를 가리지 않았다.


“치열한 테스트로 뽑혔다. 데뷔전부터 시작이 좋았다. 꽤 잘했다. 팬들도 응원을 많이 해주셨다. 작년만 해도 초반에 응원해주는 팬이 많았다. 그런데 여름, 다치고 한 번도 뛰지 못했다. 너무 뛰고 싶었다. 실패를 맛보니 이제 축구가 목표였다. 만만치가 않았다. ‘패기만으로 안 되는 곳이구나.’ 처참하게 깨졌다.


팬들은 독기 품은 신인에게 반했다. 최영준 감독 아래 기회를 받아 부산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이제 조금 즐기려 하니 비극이 찾아왔다. 겨울이 지나 봄이 찾아왔지만 무더운 여름이 유달리 길었다. 부상으로 후반기를 거의 뛰지 못했다. 아직 보여줄 게 많았지만 냉혹한 현실은 김대호에게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자존심 많이 상했다. 부산을 나와서도 ‘그래도 나는 다른 팀이라도 가겠지’ 완전 자만했다. 전반기 조금 잘했다고 후반기 못뛴 게 괜찮을 줄 알았다. 살아남기가 어려웠다. 그때 윤성효 감독님이 불러주셨다. 고민 않고 갔다.”


“나쁜 생각 많이 했다. 포기하려고 했다. ‘나는 열심히 해도 안 되는구나’ ‘그냥 이정도 선수구나’ ‘역시 축구는 타고나야’ 정말 열심히 해서 포기하고 싶었다. 열심히 했지만 결국 안 되는 걸 깨달았다. 고등학교부터 하루 네 탕(4번)씩 운동했다. 한계를 맛보니 나쁜 생각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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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만 해서 실패했어요. 피나는 노력을 했어야 했는데...


김민준이 말하는 김대호의 실패 요인은 ‘노력해서’였다. 너무 열심히만 해서 실패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피나는 노력으로 살아남았어야 했는데 겨우 노력만 해 떨어졌다고 자책했다. 김대호의 축구장은 그리 낭만적이지 않았다.


“치열한 잔디다. 90분 이 한 경기를 위해 평생을 준비했다. 포기하고 싶을 때, 지금 못 이기면 내가 죽는다고 생각했다. 축구장은 전쟁터다. 또 직장이다. 재밌지만 잘해야 한다. 이겨야 밥 먹을 수 있다. 환호 받을 수 있다.”


“축구장이 미웠다. 이렇게 노력하고 힘들게 살아온 과정이 부질없었다. ‘도대체 왜 안 될까.’ 남들처럼 덜 했으면 억울하지도 않았을 거다. 그렇게 노력하고 뛰지도 못하는 운동장을 보면 허망했다. ‘왜 나는 이렇게까지 노력했나.’ 생각하면 그래서 추락했다. 피나는 노력을 했어야 한다. 남들처럼 타고난 재능이 없어 엄청 노력했다. 나는 축구를 못한다.”


“실패로 많은 걸 얻었다. 교훈치고는 짧은 시간이다. 실패가 없었으면 지금처럼 잘할 수 없었다. 솔직히 다른 목표는 없다. ‘축구만 하고 아프지만 말자’ 부상으로 떨어졌으니까 누구보다 몸관리를 철저히 하게 됐다. 늦은 나이에 실패했으면 돌이킬 수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탄탄대로였으면 힘든 날에 무너지는 선수였을 것이다.”


살기 위해 김대호를 버려야 했던


김민준의 개명 위한 ‘상당한’ 이유는 간절함이었다. 축구보다는 살기 위해 김대호로 살아온 20년을 버려야 했다. 믿어주고 같이 피땀 흘려준 사람들을 위해 과감히 버려야 했다. 이름만 새로 얻은 게 아니다. 새 인생을 시작했다. 김민준의 “1년차, 2년차”라는 말에 유달리 힘이 실린 이유다.


“심리적으로 불안했다. 높은 곳은 쉽지 않았다, 정상적인 상태라면 뭐든 붙어볼만하지만 심리적으로 너무 힘들어 몸조차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서 이름이라도 바꿔야 했다. 돈을 벌어야 했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데도 부모님이 많이 지원해주셨다. 모두를 위해서 김대호를 버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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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인생 민준의 삶은 시작이 좋다. 선수 생활 통틀어 가장 팀 성적이 좋다. 점점 자신감도 붙어 공격 포인트도 늘었다. 시즌 초에는 불안한 심리 탓에 안전한 축구를 추구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공격적인 측면 수비의 위용을 보여줬다. 개명까지 선택해야 했던 독기와 악이다. 어쩌면 당연하다.


“10년 넘게 축구를 하며 지는 경기가 없던 적은 처음이다. 축구를 하면 어떤 날은 이기고 또 어떤 날은 진다. 17경기 동안 지지 않는 걸 보며 훈련했다. 잘되는 게 기쁘고 신기했다. 축구를 포기할 정도로 심리가 불안했는데 이제는 누구를 만나도 패배하지 않을 자신감이 생겼다. 선수로 살아가는데 실패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무패처럼 좋은 경험도 필요하다. 두 번 다시 실패하지 않을 자신 있다.”


“이제는 24년 살아온 김대호를 보내줘야 할 것 같다. 너무 노력도 많이 하고 원망도 많이 하고 울었는데 그런 고난이 있었기에 지금의 김민준이 있다고 생각한다. 김대호 시절이 그리울 때도 있지만 다시 돌아가라면 두 번 하고 싶지 않을 만큼 힘들었다. 살아남아야한다는 경쟁심, 여기서 떨어지면 죽는다는 불안감, 부모님 향한 죄송함으로 살았다. 이제는 좀 행복하게 살아도 된다. 즐기지 못하는 축구선수는 오래 할 수 있는 선수가 아니다.”


팬, 김민준이 꼭 잘해야만 하는


김해시청으로 팀을 옮기는 게 확정된 후 김민준은 팬들에게 많은 메시지를 받았다. 팬들은 아쉬워했다. 벼랑 끝까지 몰렸지만 팬들이 빛이 되어 어둠에서 그를 구해줬다. 그를 믿어주는 사람들을 위해, 김민준은 아직 포기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생각했다. ‘나는 안 되는구나’라고 자책할 때 스스로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음을 알려준 팬을 위해, 김민준은 그래서 꼭 잘해야만 한다.


“자랑스럽다. 김해는 항상 이기면 어깨동무 하고 팬들과 사진을 찍는다. 김해가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팀이다. 그래서 1위를 해야 한다. 우승을 하더라도 홈에서 팬들과 우승사진을 찍으려면 무조건 1위로 올라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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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이 많이 아쉬워해줬다. 많은 메시지를 보내줘 힘이 됐다. 격려해주고 응원해주지 않으셨다면 아마 나는 축구를 다시 하지 못했을 것이다. 부산 아이파크 시절 좋아해주신 한 팬 분은 개막전부터 매번 나를 보러 와주신다. 그 분을 위해서라도 더 뛴다.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를 고맙게도 주변에서 만들어주신다.”


“쌍둥이 동생이 있다. 어릴 때부터 배고프면 같이 배고프고 아프면 같이 아팠다. 동생도 축구선수다. 호주에서 혼자 선수 생활 하느라 외로울 텐데 힘이 되주고 싶다. 6개월 못 보니 많이 생각난다. 외로워도 힘들어도 언젠가 같은 팀에서 뛰는 상상을 한다. 나는 왼쪽이고 동생은 오른쪽이다. 이제 나는 행복해졌으니 곧 쌍둥이 동생도 행복해질 것 같다. 그러려면 내가 또 잘해야 한다.”


기획/글 = 박상호(ds2idx99@daum.net)

사진= 대한축구협회, 내셔널리그, 김로만 선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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