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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8월호] “겁 없는 상승세” 뒤를 모르는 부산교통공사의 쾌속질주

2017.08.03 Hit : 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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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리그 웹진 8월호] 후회하고 자괴감에 빠진다면 또다른 후회를 만들 뿐이다. 판을 흔들었다. 너무도 거세게 흔들어 떠내려가는 판의 미로에 스스로 빠져버렸다. 축구가 주는 의외는 기량이라는 절대적인 수치를 아주 쉽게 무력하게 만든다. 하수가 강자를 꺾을 수 있는 건 뒤를 모르기 때문이다. 겁이 없다. 하지만 승리 한 번에 깊이를 안다고 착각하면 수많은 실패로 스스로의 한계와 뒤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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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 없던 부산교통공사가 다시 일어났다. 3월 18일 2017 내셔널리그 개막전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 경주 한수원을 1:0으로 꺾었다. 경주는 현재 2017년 8월을 무패 김해시청을 제치고 1위를 탈환한 강팀이다. 최약체로 꼽힌 부산이 우승 후보로 불린 경주를 꺾었다. 하지만 4개월이 걸렸어야 다음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봉위수기(逢危須棄) : 위기에 처한 경우 불필요한 것을 버려라


아쉽게도 부산은 너무 많은 걸 취했다. 김한봉 감독이 취임했으나 팀은 그렇게 많은 게 바뀌지는 않았다. 신예 김균호의 도움과 베테랑 정승재의 도움. 완벽하다. 순간순간 성실한 최선이 반집의 승리를 가능케 했다. 허나 또다시 신구의 완벽한 조화로 승리하기 까지 필요한 시간은 4개월. 돌고 돌아 14라운드가 되어서야 가능했다.


채색은 옅어도 밑그림은 진했다. 베테랑 골키퍼 김선규의 합류와 제법 단단해진 수비진으로 선 수비 후 역습을 이용했다. 4-3-3을 주축으로 측면에서의 유려한 공격이 필요하다는 김한봉 감독의 말은 롱패스 혹은 측면에서 이뤄지는 한 번의 결정적인 킬패스로 승리를 가져가겠다는 뜻과도 맥이 통했다.


개막전 깜짝 승리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경주의 데이터는 모든 면에서 우월했다. 411개의 패스를 82%의 성공률로 운용했다. 반면 부산은 2배도 안 되는 숫자인 199개의 패스만 시도했다. 수치가 적음에도 63%의 패스 성공률로 질 역시 높지 않았다. 장거리 패스는 각각 23%, 29%로 부산이 더 가져갔으나 성공률 역시 73 : 44 비율로 경주가 훨씬 높았다. 가로채기나 패스차단에서도 경주를 압도하지 못했으나 태클을 67개로 40개인 경주보다 1.5배 더 많이 시도했다. 공을 안전하게 걷어내는 시도 역시 18번으로 8배보다 2배 넘게 가져갔다. 일단 부산은 무실점으로 경기를 이끌어가는 게 아주 주요했다.


무분별한 패스보다는 길게 혹은 클리어하며 측면에서 찬스를 노렸다. 결정적이었다. 후반 16분 측면에서 김균호가 건낸 공을 정승재가 마무리했다. 신구조화, 측면. 김한봉 감독은 만족했다. 뒤를 몰랐기에 겁이 없었다. 하지만 깜짝 승리로 더 놀랜 건 부산 스스로였는지도 모른다.


2라운드가 되어서는 지표가 달라졌다. 실수에도 크게 반응했다. 경주의 막강한 공격진에도 침착하게 걷어내고 쓸데없는 패스를 시도하지 않았지만 첫 걸림돌이 연달아 펼쳐졌다. 3월 18일 2라운드 강릉시청과의 홈경기에서 3:0으로 처참하게 무너졌다. 짜임새있는 패스로 상대를 무너뜨리는 강릉의 압박축구에 눌렸다. 382개의 패스로 강릉의 324보다 많았다. 지난 경기보다 무려 약 200개가 증가했다. 73%의 성공률로 지난 경주와의 경기보다 높아졌으나 75%의 강릉보다 높지 않았다. 장거리 패스는 50으로 줄었다. 색이 변했다. 스스로 자신의 것을 지켜온 부산이 첫 위기를 맞자 침착함을 잃었다. 영양가 없는 패스가 늘었다. 실점하고 실점하고 또 실점해 위기가 찾아오자 수비, 미드필더, 공격 진영에서 자신감이 줄었다. 서로에게 패스하기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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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색을 잘못했다면 돌릴 수 없다. 덧댄다면 오히려 색만 망할 뿐이다. 조금씩 침착함을 찾으려고 애썼다. 4월 29일 경주를 다시 만날 때는 1:0으로 패했지만 실수가 발생해도 득점을 하지 못하더라도 무분별한 행동을 점차 줄여갔다. “선수들 자신감이 많이 부족하다. 경기가 어떻게 되건 선수들이 자기 것을 보여주지 못한다. 그럼에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 여름 이적시장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김한봉 부산 감독은 여름 이적시장을 기점으로 충분히 다시 희망할 수 있음을 전했다.


효율적인 패스가 늘었다. 7월 7일 2017 내셔널리그 7라운드 목포로 원정을 떠났다. 다소 중원에 국한된 패스 지표도 좌, 우를 가리지 않고 측면을 활용했다. 새로 영입된 윤태수, 윤문수, 최홍일은 그동안 소극적으로 나선 측면을 점점 적극적으로 열어주는 윤활유였다. 목포의 강한 압박에 흔들렸지만 세트피스를 살리며 후반기 첫 경기에서 승리를 만들었다. 개막전처럼.


좋은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제는 홈 첫 승. 홈 개막전에서 3:0 완패를 안긴 강릉을 만났다. 결과는 승리. 김한봉 감독이 그토록 원했던 전술과 결과를 모두 얻었다. 효율적인 경기 운영으로 패스를 최소화했다. 171 VS 439 강릉의 패스는 부산보다 2.5배 많았다. 패스 성공률은 56% VS 83% 모든 게 강릉이 우세했다. 장거리 패스 성공률도 42% VS 77%로 밀렸지만 비율은 훨씬 높았다. 이제는 패스가 실패하고 경기가 안 풀려도 의미없게 남발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38%의 장거리 패스 비율을 유지하며 2:0 승리했다.


이적생 최홍일이 1명 2명 3명을 연달아 제치며 골키퍼 앞까지 간 상태에서 윤문수에게 패스했다. 들어가는 윤문수가 정확하게 골대로 넣으며 마무리에 성공했다. 측면의 허점을 찾아 돌파 성공 이후 패스, 마무리는 개막전 파란을 일으킨 부산을 다시 떠오르게 했다. 부산이 위기에 처하자 ‘패스’라는 필수 요소를 불필요하게 만들었다. 이제는 모두가 잘해야 한다고 말하는 게 아닌 스스로 잘하는 걸 하는 팀이 됐다. 분명한 건 팀이 바뀌기에 4개월의 부진은 아주 적은 시간이다. 진짜 겁이 없어지자 강자가 됐다.


부분이 채워진다. 그렇게 전체가 만들어진다.


적은 패스. 그럼에도 효율. 패스 능력이 좋은 미드필더와 돌파와 마무리가 가능한 공격수가 필요하다. 부산에겐 그러지 못했다. 김한봉 감독이 기대한 이승엽은 11경기 0골, 박주영 역시 6경기 0골이었다. 16라운드를 진행하며 7득점으로 경주 한수원보다 3배나 적은 수치였다. 반드시 보강이 필요했다.


나름 버텨준 수비진은 김선규의 군 입대로 보강이 필요한 골키퍼만 채웠다. 2015년 K리그 챌린지에 입단해 팀의 클래식 승격까지 경험한 알짜배기 골키퍼 이인수를 영입했다. 미드필더는 세종대 최홍일, K3리그 전주시민축구단 윤문수를 데려왔다. 공격수로는 수원FC 윤태수를, 안산 그리너스FC 류현진을 영입한 데 이어 울산현대미포조선과 용인시청에서 활약한 정서운이 내셔널리그로 복귀했다.


도무지 힘을 쓰지 못한 미드필더와 공격수를 채웠다. 부분이 채워지자 그렇게 전체가 만들어졌다. 전반기 3골에 그친 부산은 후반기 벌써 4골을 만들었다. 최홍일 1골 2도움, 윤문수 1골 1도움, 윤태수 1골, 정서운이 1골 1도움을 올리며 이적생들이 승리와 득점에 톡톡히 기여했다. 대학생 최흥일이 놀라운 활약으로 무서운 신인으로 떠올랐다.


여름 이적시장은 김한봉 감독의 이적 철학을 완전히 바꿨다고 볼 수 있다. 부임 이후 이적시장에서 다소 우려스러운 영입 행보였다. 이용승, 박승민 등 베테랑을 그대로 두고 경험이 부족한 신인 중의 신인으로 대거 채웠다. 신과 구의 조화를 해결해줄 구심점 역시 베테랑이었다. 중간층이라 볼 이제규와 표하진도 어느새 경력이 찼다. 장순규 정도가 3년 차로 적당했으나 더 많은 선수가 필요했다. 김균호와 서열 등 신예들이 활약해준 점은 인상적이었다. 이제 김한봉 감독에겐 시간이 없었다. 젊은 나이와 경험을 모두 갖춘 선수가 반드시 필요했다. 효율적인 축구를 위해 효율적인 선수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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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신인 정서운이 절치부심했다. 서남대 출신으로 2015 K리그 클래식 대전 시티즌에 입단했다. 고교 무대와 대학 시절 잠재력을 보여주며 조진호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하지만 조진호 감독의 사퇴와 함께 후반기 울산현대미포조선 내셔널리그로 옮겼다. 10경기에 출전했지만 1골도 넣지 못했다.


이듬해 용인시청으로 옮겼으나 마찬가지였다. 7경기로 출전 수도 줄어들었고 득점도 없었다. 1년 반이 지나도 데뷔골은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팀은 해체됐다. 국내를 떠나 2017년 전반기를 크로아티아 3부리그 NK Opatija에서 활동한 후 부산교통공사로 내셔널리그에 복귀했다. 2년 6개월을 5팀에서 보내게 됐다. 득점은 없으나 정서운이 가진 우여곡절의 경험은 부산에겐 꼭 필요한 절박함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통했다. 복귀전 15라운드 7월 14일 경주 한수원과의 경기에서 윤태수에게 결정적인 로빙패스로 내셔널리그 데뷔 3년 만에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부산의 축구와 김한봉 감독이 원하는 ‘최전방에서 활약해줄 수 있는, 최전방에게 전달할 수 있는’ 인재상에 부합했다. 내친김에 7월 21일 16라운드 강릉시청과의 경기에서는 PK 골로 데뷔골에 성공했다. 정서운은 경기에 앞서 주장 박승민과 함께 PK 키커를 정할 때 스스로 자원했다. 이제는 자신감까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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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치 않은 득의 자만은 점점 위로 뻗쳐 독이 된다. 판을 흔들려는 자가 함께 흔들리는 것은 확신을 공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름의 노력으로 얻은 승리가 판을 흔들기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확신할 수 없었고 팀워크가 다져지기 어려웠다. 분명 부산에겐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다. 이제 부산은 순간을 놓쳐 전체를 잃고 패배하지 않는다.


순간순간 성실한 최선이 반집의 승리를 가능케 한다. 뻔히 지는 데도 참는 것은 세상의 이치일 수 있다. 축구판은 그렇지 않다. 한계와 벼랑 끝을 경험한 부산이 올라왔다. 뒤를 모르는 부산의 후반기, 다시 구름을 걷는다.


글=박상호 기자(ds2idx99@daum.net)

사진=하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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