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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7월호] <선수권 결산> 붉은 그리움이 노란 별에게 '박항서의 외인구단'

2017.07.04 Hit : 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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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리그 웹진 7월호] 外人. 비주류, 열외. 같은 색은 아무리 계속 더해도 색이 바뀌지 않는다. 결국은 다른 색이 서로 한 데 모여 하나의 노란색이 되어야 한다.


박항서 창원시청 2대 감독은 부임 이후에도 팀을 재개편하지 않았다. 청년들이 된 박말봉의 아이들을 훌륭한 밑그림이라 불렀다. 신임 감독의 목표는 박말봉 감독을 지우지 않는 것이다. 박말봉의 그림자에 살겠다는 게 박항서 감독의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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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새 감독이 오면 코칭스태프부터 선수까지 물갈이된다. 아쉽게도 현실이다. 더군다나 박항서라는 한국축구의 명망있는 베테랑 감독이 온 만큼 많은 수가 한 번에 일자리를 잃을 수도 가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박항서 감독은 박말봉 감독의 밑그림에 채색하기로 다짐했다. 그리고 고대하던 첫 우승을 일궜다. 한화생명 2017 내셔널축구선수권대회의 당당한 우승자 창원시청. 박항서의 외인구단은 한 명이 아닌 한 팀이다. 박말봉 감독의 그림자에 살아가는 비주류에게는 독기가 있다. 절실함만큼은 누구보다 주류다.


경기를 뛰더라도, 그렇지 않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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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기해보자. 객관적으로 창원은 천안을 꺾고 우승할 여력이 충분치 않았다. 조이록, 이관용 등을 맹렬히 사용한 천안의 공격진과 달리 창원은 태현찬을 사용하지 못했다. 배해민도 없었다. 전반전을 마치기 전 골키퍼는 부상을 당했다. 악재란 악재는 모두 겹쳤다.


임종욱이 선제 득점했지만 김창휘의 자책골로 동점을 내줬다. 득점 2위 공격수 이동현마저 부상으로 빠져야 했다. 주전으로 나선 최인창이 부진했지만 뺄 수 없었다. 컨디션 난조 김창휘는 자책골 이후 김만희로 교체했다. 이동현의 부상으로 발 빠른 김슬기를 대체 투입했다. 결국 주요했다. 김슬기와 최인창은 2017시즌 한 골도 없다. 승리의 주역들이 아니었더라도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는 곧 주류가 됐다. 최인창은 전방에서 압박을 지속적으로 시켰고 김슬기는 루즈볼이나 역습 찬스에서 빠르게 침투하도록 노렸다. 연장 전반 5분 이현창의 역전골 이후 무너진 팀을 수습한 것도 두 공격수였다.


연속 120분 혈투에 지치는 게 당연했다. 교체카드 2장이 부상으로 써야 했다. 남은 공격수도 없는 상황에서 수비수는 반드시 버텨줘야만 했다. 황재현-윤병권은 선제골 이후 2골을 연달아 실점했어도 여전히 독려했다. 계속 박수를 치고 선수를 부르며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환은 공격이 부족한 상황에서 공격과 수비를 모두 해내야만 했다. 쉽지 않은 중책이고 하기 싫은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이정환은 해냈다. 득점 장면에선 이정환은 수비에서부터 뛰어와 미드필더진, 상대 골문 앞까지 뛰었다. 공을 잡았을 때는 이미 지쳤을 때였다.


“사실 잘못찼어요. 너무 약하게 찼다고 생각했어요. 실수했다. 망했다.” 비하인드 스토리지만 이정환의 동점골은 ‘실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연속 120분 경기를 소화하고 수비부터 뛰어 온 선수가 제대로 차기란 어려웠다. 하지만 정대환 골키퍼의 손을 살짝 맞고 들어갔다고 이정환은 회상한다. “열심히 하면 반드시 길이 보여요. 그때도 동료가 먼저 버텨줘서 저한테 공이 왔어요. 그 상황에서 절대로 대충할 수가 없었죠. 생각해보니 오히려 실수해서 들어간 것 같아요. 너무 강하게 찼으면 골키퍼에 닿지 않고 그냥 나갔을 거에요. 동료들이 모두 열심히 뛴 덕분이에요”


결승 MVP와 대회 MVP에 선정된 박지영과 최명희는 비주류 자체다. 주전 골키퍼가 아니었다. 올 시즌에는 김경두 골키퍼의 다음을 이어받아 선발 출전하지만 김호준 골키퍼와의 경쟁이 치열하다. 최명희는 군대를 현역 복무로 다녀왔다. ‘다시 축구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무서움에 쌓여 안고 살았던 이들이다.


하지만 보란 듯 해냈다. 박지영 골키퍼는 김호준 골키퍼의 부상으로 투입됐으나 베테랑으로 결승에서 맹활약하며 동료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승부차기에서는 연달아 선방하며 첫 우승을 이끈 주역이었다. 최명희는 주장으로 버텨야만했다. 이미 자신도 지친 상태에서 동료들에게 힘내라는 말조차도 너무 미안했다. 해서 행동으로 보여주기로 했다. 죽어라 뛰면서 동료들과 같이 뛰기로 결심했다.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한 태현찬과 배해민의 몫도 크다. 태현찬은 경기 당일 벤치를 오가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너무나 아쉬워요. 하필 결승에.. 하필... ” 결승 당일 만난 태현찬은 너무나 아쉬워 입술만 깨물었다. 하지만 계속 파이팅을 외치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선수권대회에서 심각한 부상을 당한 것처럼 보인 배해민도 경기장에 모습을 보였다. 서울 병원으로 이동했지만 결승에는 참가했다.


역시 비하인드 스토리다. 두 선수는 경기 당일 경기장에 오기는커녕 걷기도 힘든 상태였다. 그런데 배해민은 교체 명단에 포함됐다. 배해민과 박항서 감독은 “걸을 수도 없는 상태였어요. 하지만 교체 명단에 포함함으로 우리 스스로 동기부여가 필요했어요. 상대에게는 어려운 수가 될 수도 있겠죠” 경기를 앞두고 박항서 감독은 배해민 투입이 가능하다는 인터뷰를 넌지시 전했다. 부상으로 빠진 두 선수였지만 우승의 주역이 되기에 충분했다. 경기에 나선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지만 창원은 모든 선수가 하나 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설령 경기를 뛰더라도, 그렇지 않더라도.


남은 자를 떠난 자를 기억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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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감독은 결승 이전에도 이후에도 박말봉 감독을 언급했다. “우승컵을 바치고 싶어요. 좋은 팀 줘서 고맙다고 꼭 인사하겠습니다. 약속 꼭 지킬 것이니 우리 선수들 좀 지켜봐주세요.”


경기에 나선 김호준, 최인창, 황재현을 제외하면 모두가 박말봉 감독의 아이들이다. 스타 플레이어가 없어도 창원이 늘 강팀이었던 이유는 어느 팀보다 꽉꽉 물린 톱니바퀴였기 때문이다. 굴러가기 위해 좋은 타이어를 따로 쓰기보다 하나씩 맞물려 하나가 됐다. 이는 박말봉 감독의 축구 그림자에 박항서 감독의 축구철학이 더해진 모습이다. 남은 자들은 떠난 자를 이렇게 기억한다. ‘고마움’


결정적인 승부차기를 마치고 박지영 골키퍼는 “감독님의 선물이에요. 감독님한테 좋은 모습을 보여준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은데 이제야 우승해서 너무 죄송해요. 건강하실 때, 같이 있을 때 잘해서 우승했어야 하는데 너무 늦게 해서 죄송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눈시울이 붉어졌다.


주장 최명희의 감회가 더 남달랐다. 박말봉 감독이 발굴한 선수로 1년차를 마친 2014년 군문제 해결을 위해 현역으로 복무했다. 누구보다 불안했다. 다시 축구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은 막연한 무서움으로 변했다. 하지만 전역 후 박말봉 감독은 최명희를 믿었고 다시 불렀다.


“감독님이 없었으면 지금의 최명희는 없다고 생각해요. 박항서 감독님도 새로 오시면서 굳이 저희를 안 쓰셔도 되는데 정말 감사해요. 두 감독님 덕분에 선수들이 부상에도 불구하고 동기부여가 됐습니다. 계실 때 더 잘하지 못해 너무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경기에 나서지 못한 태현찬에게도 은사를 향한 마음은 ‘미안함’ ‘고마움’ 뿐이었다. 2012년 경남FC 입단 후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울산현대미포조선으로 옮겨 내셔널리그에 왔어도 상화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마침내 태현찬이 빛을 본 곳은 박말봉 감독의 창원시청이었다.


“감독님이 힘들 때 손 내밀어주셔서 그렇게 잘 할수 있었어요. 감독님이 믿고 불러주셔서, 기용해주셔서 이렇게 축구하고 있어요. 하늘에서도 창원시청 많이 아끼신 만큼 계속 아껴주실 거라 생각합니다. 편하게 쉬셨으면 좋겠어요. 작년에 우승하지 못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우승했으면 그때까지 살아계셨을 텐데... 너무 우승컵을 늦게 선물해 죄송합니다. 저 뿐만이 아니고 여기있는 선수들 감독님 아니었으면 축구 못했을 겁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박말봉 감독은 그런 사람이었다. 박지영부터 최명희, 태현찬 등 다시 축구할 수 있을까라는 무서운 의문을 자신감으로 바꿔준 사람이다. 창원 선수들은 우승을 박말봉 감독의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박항서 감독도 선수들과 공감했다. 하늘에 계신 박말봉 감독님에게 선수들에게 힘을 달라고 부탁했다.


“우리 선수단이 연령이 제일 높고 우승 경험이 제일 없어요. 선수들에게 힘을 주는 게 정말 쉽지가 않았습니다. 저 역시도 부담이 정말 많았어요. 이 선수들과 꼭 우승해서 우리 박말봉 감독님에게 우승컵을 선물하고 싶었어요. 감독님 덕분에 창원이 하나의 팀이 됐어요.”


“그래서 한 번은 ‘우리 감독님 보고 있으면 선수들에게 힘 좀 주십시오!’ 한 번 속으로 외쳐봤어요. 그런데 선수들이 경주를 꺾고 천안까지 이기고 우승하더라구요. 너무 고맙죠. 난 박말봉 감독님의 팀을 지울 생각이 없습니다. 박말봉의 그림자 속에서 살겠습니다. 물론 철학이 다른 부분도 있죠. 지금 창원은 조금씩 보완해야지 바꾸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우승 후 전지훈련 가기 전 감독님을 다같이 뵈러갔습니다. 만약 보고 있다면 한 번 더 믿고 봐주십시오. 한 번 해보겠습니다 우리가.”


박항서 감독이 만드는 원팀 창원에는 박말봉 감독도 포함도 함께 간다. 언제나 떠난 자와 남은 자가 존재한다. 물리학적으로나 둘은 공존할 수 없다. 하지만 축구 그 이상의 것을 창원은 만든다. 공격 나간 동료의 빈 자리를 수비가 채우듯, 밑그림을 그리고 떠난 수장의 빈자리에 오늘도 남은 자는 열심히 물감을 들어 채색한다. 박항서의 외인구단은 그렇게 비주류를 자처한다.


닥친 시련을 극복하지 못했다면, 결국 패하길 바라는 어떤 힘에 스스로 무릎 꿇는 결과가 된다.


같은 색을 더해도 달라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진해진다. 그리움은 쌓일수록 알아차리기 쉽다. 붉은 그리움이 진해져 어느새 별에게 닿았다. 아주 밝게 빛나진 않았더라도 아주 노랗게 하늘에 떠오른 별이.


글=통영/박상호 기자(ds2idx99@daum.net)

사진=대한축구협회, 박상호, 최명성/이상근 SNS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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