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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6월호] 구대엽에겐 너무나 소중했던 ‘한 경기’

2017.06.12 Hit :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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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신과 무시를 한 번에 쓸 수 있는 말이 있다. ‘그깟’ 해본 사람이 노력한 자에게 뱉을 수 있는 가장 쉬운 폭력. 도전자가 쌓아온 땀의 높이를 가볍게 무시하는 한 마디다.


현대축구가 발전함에 따라 스포츠의학과 기술도 함께 발달했다. 이제 100경기 출전은 큰 업적으로 회자되지 않는다. 서른다섯을 넘긴 선수들도 많다. 하지만 갈수록 노력의 가치는 폄하한다. ‘그깟’ 한 경기라면서 간절함을 무시한다. ‘나는 이미 해봤으니 너의 그깟이 참 우습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그 한 경기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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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무작정 뛰다가도 눈물이 나 부모님에게 전화를 할 수 밖에 없는 가슴 뛰는 그깟이 있다. 항상 모든 일엔 시작이 있다. 처음부터 100을 한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미약한 시작이 절망을 환희로 바꾼다.


“TV에서 보던 선수들과 함께 공 차는 것만으로 설렜다. 경기에 나서지 못해 스스로도 아쉽다. 기여도 없었다. 증명은 물론 스스로를 보여주지도 못 했다. 기회가 없었다. 변명이지만 배웠다. 이제는 좋고 나쁘기보다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 실패한 2년은 나보다 훌륭한 선배, 동료가 많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제는 보여줄 때도 됐다. 구대엽을 증명할 때도 됐다.”


광주대 출신의 구대엽은 2015 K리그 챌린지에 창단한 서울 이랜드FC에 신인 선수로 입단했다. 양기훈, 최오백, 조향기 등과 함께 레니의 아이들로 불리며 기대를 모았다. 키도 작고 우승 경험이 아주 많은 장점 많은 수비는 아니지만 기존 선수들에겐 없는 투지와 저돌적인 축구가 그의 장점이었다.


“저돌적이다. 자신감으로 승부한다. 누가 물어봐도 나는 내가 잘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첫 프로를 접하고 환경이 확 달라졌다. 생각이 달라졌다. 축구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세상 물정을 그제야 느꼈다. 좋은 경험이었다. 투지와 근성의 선수였다. 정신력으로 승부했다. 결과적으로 서울 이랜드에서 못한 부분이 참 많다. 자신감이 장점이지만 결국 멘탈에 좌지우지, 흔들리는 선수였다.”


“또래가 많아 힘들기도 했고 좋은 점도 있었다. 친구지만 다 느낀다. 보이지 않는 치열함이 존재한다. 중앙 수비수가 특히 많았다. 훈련장에서 경쟁하고 끝나면 다시 숙소에서 친구로 지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양)기훈이는 처음부터 너무 잘했다. 팀의 주축으로도 뛰었다. 입단 직전에 나는 부상으로 6개월을 쉬었다. 변명이지만 나름 열심히 했다. 정신력이 이렇게 중요하다. 내가 제일 못한 부분이다.”


친구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구대엽은 밀린 사람이었다. 함께 입단한 친구 양기훈은 5월 늦은 데뷔를 시작으로 17경기에 출전했다. 김창욱도 29경기를 뛰었다. 그리고 구대엽의 출전수는 ‘0’이었다. 1년이 흘렀다.


1년을 기다렸지만 또다시 1년을 기다려야 했다. 마틴 레니 감독에서 제 2대 박건하 감독이 바뀌어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래도 출전수는 ‘1’로 변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1년 6개월을 지나자 한 번 뛸 수 있었고 2년을 기다려도 똑같았다. 구대엽은 이제 거친 길이 펼쳐질지라도 울타리를 스스로 뚫고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어차피 기약 없는 1년이라면 뛰어라도 보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내셔널리거가 됐다.

“경기 못 뛰는 선수들의 마음을 잘 안다. 생존 스트레스 분명 있었다. 심할 때도 많았다.”


“원정을 가면 모든 선수들이 따라가지 않는다. 엔트리에 든 선수들이 아니면 숙소에 잔류하는데 1년차에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러다 2년차에는 4명인가 남았었다. 그래도 다 데뷔는 했는데 나만 못했다. 포기하고 싶을 때가 정말 많았다. 집 갔을 때 너무 힘들어서 정신병 걸릴 것 같았다.”


“1년차 2015년 마지막 경기 때 많이 못 뛴 2군 선수 위주로 내보냈는데 내가 결국 빠졌다. 그때 나 혼자 못 뛰었다. 다 끝나고 버스 타는데 애들이 들어오며 눈을 마주치는데 내가 어떤 표정을 지어야하는지 모르겠더라. 말을 하고는 싶은데 또 남자는 자존심인데 그렇게 1년차 마지막을 보냈다. 평생 축구해도 그 날은 못 잊겠다.”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하는데 결국 놓쳤다. 그럴 때 힘이 돼준 게(주)민규형이다. 민규형이 나처럼 힘든 친구들을 유달리 잘 챙겼다. 밥 사주고 데리고 다니면서 고맙다고 하면 '너도 똑같이 해. 다른 팀 가게 되면 나이를 먹으면 너도 똑같이 후배들 잘해주면 돼. 나한테 고마울 필요 없어. 너 같은 선수들, 힘든 선수들 도와줘‘라고 말했다. 잘되는 사람은 정말 이유가 있다. 민규형 얘기 들으면 이렇게 잘되기까지 정말 많이 힘들었겠구나 싶었다. 기회를 증명하면 들뜰 법도 한데 민규형은 그럴수록 후배를 더 챙겼다.”


“힘들면 카페 데리고 가서 얘기도 하고 후배 챙기고 싶다. 나는 힘들 때 밥 사주고 챙겨주는 게 큰 힘이 됐다. 나도 후배들에게 꼭 그래야만 한다.”

“운동하는 사람은 딱 보면 안다. 힘들면 다 안다. 2년 있으면서 한 경기를 뛰었는데 나보다 출전으로 힘든 사람 없다고 확신한다. 어느 날은 한 후배가 경기를 못 뛰어 힘들다고 했다. 그냥 내 얘기를 해줬다. ‘나는 버텼다.’ ‘2년 동안 1경기만 뛰면 버틸 수 있겠냐. 그거 버틴 사람이 나다.’ 나보다 힘든 선수도 물론 있겠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다 피가 되고 살이 된다. 두 번 다시 느끼고 싶지 않은 좋은 경험이다. 적어도 그때 포기 안 했으니까, 아직 선수 생활 하고 있으니까 이겨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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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포기가 끌리는 위기의 순간에 구대엽은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 아니 포기해서는 안 됐다.

가정형편으로 축구를 그만뒀다. 호원대학교 재학 중 가정 형편이 어려워지자 그의 아버지가 축구를 그만 둬야겠다는 말을 전했다. 당시 그는 ‘얼마나 힘드시면 나에게 그런 말씀을 하셨을까 생각하며 혼자 눈물짓기도 했다’고 밝혔다.

“호원대 시절 이미 포기해봤다. 그만 둘 때는 별로 살고 싶지 않았다. 자포자기했다.”

“아버지가 많이 무뚝뚝한 편이시다. 평소에도 많은 얘기를 하는 편은 아닌데 먼저 나에게 얘기를 꺼냈다는 건 수없이 고민하셨다는 뜻이다. 나 좋아하는 거 하자고 가족을 힘들게 한 것 같았다. 그래서 정말 이 악물고 했다. 그렇게 해서 생긴 투지라는 장점이 K리그를 만들어줬다.”


“자다 일어났는데 웬 외국인이 전화로 말을 했다. 스팸인 줄 알았다. 녹음기 소리 같았다. 끊으려 했더니 통역사가 말을 시작했다. 마텐 레니 감독과의 첫 대화였다. 자기가 봤을 때 ‘신체능력이 좋다. 광주대학교 우승에 큰 기여했다’ 친구들한테도 많이 자랑했다. 특히 부모님에게 많이 자랑했다. 계속 포기했으면 오지 않았을 텐데 생각하며 가족에게 많이 고마웠다”


“멈추고 싶은 순간이 있다가도 가족을 생각하면 생각이 싹 사라진다. 얼마나 힘들게 고생하시며 축구를 하게 해주셨는데 이렇게 쉽게 포기할 수 없다. 힘들다가도 가족 생각하며 다시 열심히 했다”


“한 번은 개인훈련하다 운동장에서 울었다. 뛰다가 그냥 막 눈물이 났다. 아버지에게 전화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는 어떻게 살아야 될까 도저히 모르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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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이 되게 무뚝뚝하시다. 어머니한테도 표현을 안 하시는데 전화 중에 약주를 하신 건지 모르겠으나 사랑한다고 하시더라.”

서울 이랜드FC는 동계훈련에서 경상남도 남해군에 위치한 켄싱턴 리조트 호텔에 훈련 베이스 캠프를 차린다. 신생팀임에도 불구하고 모기업과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평소 클럽하우스도 청평에 위치한 켄싱턴 리조트 호텔을 사용한다.


2017년 목포시청도 동계훈련으로 남해를 찾았다. 이제 그의 방은 룸서비스나 호텔 직원이 청소를 해주지 않는다. 내셔널리거가 된 목포시청 구대엽은 1년 만에 방이 바뀌었다. 하지만 꿈 찾아 온 목포에서의 축구는 환경 그 이상의 행복을 준다. ‘출전’ 선수는 뛸 때 빛난다. 구대엽이 이제야 비로소 빛나는 이유다.


“남해 진입할 때 켄싱턴 호텔이 보인다. 숙소로 쓰다 올해 팀을 옮기고 지나치는데 느낌이 참 이상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남해에서 제일 좋은 호텔 쓰면서 운동했는데 이제는 1년 만에 여관이구나’ 조금 더 마음을 다부지게 먹었다. 결국엔 다 내가 만든 일이더라. 벌 받는다고 생각한다. 내가 못했던 지난 날 벌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작은 차이도 크게 만드는 게 다 내 부족한 실력임을 깨달았다.”


“목포는 확실히 기분 전환 요소가 많다. 자신감이 붙고 있다. 감독님이 잘한다, 잘한다 많이 말해주시는 게 정말 좋다. 선수 본인이 위축된 게 보이니까 감독님은 선수가 뭘 하더라도 괜찮다, 괜찮다 해주신다. 이런 감독님 어디서 또 만나나 싶다.”


“물론 실망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고민 정말 많이 했다. 팀을 더 알아보자는 사람도 있었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 의지였다. 되게 빠르게 결정했다. 도전하고자 마음 먹고 행동에 나섰을 때 가장 먼저 전화를 준 목포시청 김정혁 감독님이다. ‘어떤 선수인지 알고 서울에서 어떻게 생활한지도 다 안다. 나 믿고 한 번만 더 해보자’ 나는 이제 내가 뛸 수 있는 팀을 가는 게 중요했다. 경기를 출전하는 것에 비중을 많이 뒀다. 이런 감독님이 불러주면 누구나 다 갈 것 같다. 실제로 올해 온 선수들 대부분이 그랬다.”


“적응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힘든데 그런 생각이 안 든 걸 보면 감독님, 코치님, 동료들이 너무 잘 도와줘서 편했다. 감독님과 친하고 사소하게 대화하는 것만으로 기뻤다. 팀이 찬스를 막아도 기쁘고 이겨도 기쁘고 그냥 뛰어도 재밌다.”


“몸관리. 경기장 나가기 전에 음식 섭취, 몸관리, 프로의식을 K리그에서 많이 배웠다. 특히 서울 이랜드는 출퇴근하는 자율이 보장되니 아닌 건 아니고 괜찮아야 괜찮은 스스로 관리하는 법을 배웠다. 서울 이랜드는 굉장히 자율적이다. 운동하고 끝나면 차타고 집 간다. 그러니 선배들이랑 말 할 기회가 없었다. 적응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광주에서 같이 간 (김)현성이랑만 얘기하고 맨날 인사만 했다. 근데 목포는 다르다. 되게 웃겼다. 밥 먹으러 가는데 절반 이상이 인사를 한다. 인사만 하던 내가이제는 중고참이고 나름 경력도 있다고 절반이 인사한다. 더욱 조심스럽고 행동 하나 하나에 생각이 많아졌다. 후배들하고 친하게 지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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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무대에 도전 3년. 이제야 본격적으로 경기를 뛰기 시작했다. 신인의 마음이다. 어차피 한 번은 겪어야할 슬럼프라면 빨리 오는 게 좋다. 하지만 이건 빨라도 너무 빨랐다. 그만큼 이겨내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구대엽은 다시 해보는 중이다.


고작 스물여섯이다. 앞으로 10년은 더 해야 한다. 이미 한 번의 포기를 이겨낸 경험이 있다. 2년간 1경기를 뛰었음에도 참는 인고도 가졌다. 모두가 그에게 안 될 거라면 그깟, 그깟, 무시했더라도 그 작은 게 쌓여 지금의 구대엽을 만들었다.


서울 이랜드FC도 해내지 못한, 내셔널리그 우승 후보 경주 한수원도 무너진 포천을 이겼고 FA컵 8강에 진출했다. 시작점은 달랐겠지만 적어도 구대엽의 출발점은 이제 결코 늦지 않았다.


“아직 나이도 어리고 경력도 없다. 한창 도전할 나이다. 신인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빨리 위기와 문제를 겪어 다행이라 생각도 한다. 더 높은 곳, 더 좋은 곳에 가야한다. 여기서 실패하면 딱 이정도 선수라고 밖에 얘기 못한다. 사람들에게 소개할 때도 이대로 실패하면 ‘2년 동안 1경기 뛴 선수’ 이럴 수는 없다. 힘들더라도 다시 올라설 수 있다. 자부심 있는 내 직업을 더욱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도록 더 강해질 것이다.


“30대 전 축구인생에 가장 중요한 시기다. 이제 겨우 90분 중 10분했다. 그마저도 탐색하는 시기였다. 축구가 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제야 좀 알겠다. 이제 시작이다. 내가 잘하는 걸 보여줘야만 한다. 그깟 한 경기에 뭐하러 목매냐고 했던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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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수비수치고 키가 크지 않다. 중앙 수비는 어릴 때부터 키 작으면 안 된다는 편견이 많았다. 함께 깨고 싶다. 키는 수비수에게 단점이 되지 않음을 보여주겠다.”


“앞으로도 또 힘들 것 같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늘 그랬듯 이겨내는 법은 있을 것이다. 잘될지 안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선수로 남고 싶다. 희망을 줄 수 있는 선배가 되겠다. 축구를 그만뒀을 때 많은 사람들이 ‘구대엽은 진짜포기하지 않는 선수더라’라는 말을 듣는 게 목표다. 많이 늦은 만큼 꼭 보여주겠다.”


기획/글 = 박상호(ds2idx99@daum.net)

사진= 김정선, 구대엽 선수 제공, 서울 이랜드FC 제공, 이다희 기자, 정승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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