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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6월호] 무명선수 박수일에겐 절실한 내셔널리그

2017.06.12 Hit :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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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잘 모릅니다. 리그도 처음입니다. 근데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해보니까 우리 선수들 할 것 같습니다. 박수일, 조정호 같은 어린 선수들은 말 그대로 무명 아닙니까. 근데 해보겠습니다. 잘 키워내서 우승시키고 선수들 다 K리그 보내보겠습니다. 그러니까 한 번만 믿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우리 팬분들”


2017년 김해시청은 도무지 맞수가 없다. 동계훈련부터 폭풍영입 강원FC하고도 비기며 최상의 준비를 끝마쳤다. 김해시청이 10경기 이상 진행한 겨울 연습경기에서 기록한 패배는 단 한 번. 그마저도 선수들은 빠른 피드백으로 오히려 빨리 진 걸 감사했다.


결국 김해는 6승 7무로 5월까지 전반기 13경기를 무패로 마쳤다. 믿었던 선수들이 상당히 잘해줬다. 남승우와 지언학은 탈 내셔널리그 급 기량으로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모든 면에서 최고였다. 곽성욱과 김창대, 김제환은 더 좋아져서 돌아왔다. 김동권과 최성민은 리그에서 활약한 이전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김민준, 하강진은 K리그에서의 경험을 살려 수비의 안정감을 살려준다.


일단 김해의 전력이 아주 좋다. 공수에서 대체자를 찾기 어렵다. 지금의 무패보다 출전 자체가 어려워 보인다. 별이 가득 담긴 바구니에 이제 막 떠오른 샛별이 있다. 맏형 정성훈과는 17살 차이가 나고 주포 김제환과도 11살, 수비핵심 최성민과도 5살 차이가 난다. 모든 게 새로울 무명선수는 96년생의 박수일이다.


한 번 키워보겠다며 기대해달라던 시즌 전 윤성효 감독의 말은 사실이 됐다. 김해시청은 3월 개막 이후 공식 일정만 14경기(리그13, FA컵1)를 소화했다. 박수일은 FA컵 포함 13경기를 뛰었다. 전반기 최종전인 5월 27일 부산교통공사와의 원정 경기를 빼고 모두 출전했다. 물론 올해가 데뷔 시즌이다. 이제야 걸음마를 하는 샛병아리가 윤성효 감독의 지도 아래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만약 내셔널리그의 전반기 혹은 김해시청 경기를 보지 않았다면 후반기엔 꼭 이 선수를 기대해보자. 윤성효 감독이 키워낸 무명선수 박수일을 소개한다. 시즌이 끝나면 리그 최고 선수가 돼있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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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일에겐 윤성효가 긴장이었다. 내셔널리그라던가 선배라던가 데뷔전이라던가는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그저 TV에서 보던 윤성효 감독 하에 지도가 가장 두근거렸다. “감독님께서 높은 분이다. 높은 사람. 그리고 높은 곳에 있으셨던 분이니까 정말 많이 기대됐다. 성인팀 경험이 없다. 긴장도 많았다. 처음엔 이 정도로 많이 뛸 것이라 생각 못했다. 많이 배워야지라는 생각만 가지고 열심히 했는데 감독님이 믿고 기용해주셨다. 도움이 되려고 항상 노력한다.”


무패와 많은 경기를 출전하며 내셔널리그에서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그래도 박수일 역시 내셔널리그를 원하지 않았다. K리그 문을 두드렸지만 이내 자신의 현주소를 깨달았고 내셔널리그에서 경험을 쌓기로 했다.


“결과가 어떻건 K리그에 가고 싶었다. 도전해보고 싶었다. 막상 부딪혀보니 높았다. 팀이 없었다. 찰나에 좋은 기회가 생겨 명장 윤성효 감독님의 김해시청에 올 수 있었다. 그래도 도전할 수 있어 기뻤다. 벽을 느꼈지만 아직 한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부족해서 왔다. 하지만 아직 목표를 가지고 있다. 좌절하기엔 이르다. 나이도 어리고 리그 성적도 좋다. 감독님과 형들 믿고 성실하게 노력하겠다.”


우리는 박수일을 모른다. 네이버도 모른다. 심지어도 개인정보도 아는 구글도 박수일은 잘 모른다. 더욱 상세하게 그의 출신 학교 ‘광주대’를 붙여야 찾을 수 있다. 그마저도 15장 이상을 넘지 않는다. 생에 인터뷰는 딱 한 번이었다. ‘사실 저도 잘 몰랐습니다’ 심지어 윤성효 감독도 잘 몰랐다.


윤성효 감독 역시 신인이다. 반드시 잘해야하고 성적이 필요하다. 골키퍼에는 하강진, 수비에는 최성민, 미드필더에는 남승우와 지언학, 공격에는 김제환. 매 경기 필승 라인업이 가동되는 이유다. 한 달에만 10경기 이상 소화해야할 빠듯한 일정에도 박수일을 믿었다. 더 얼떨떨한 건 선수 본인이다.


“두 번째 인터뷰다. 해본 적이 없어 도통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말을 잘했는지 모르겠다. 정신이 너무 없다. 실수 안 하려고 했는데 혹시 말실수가 있다면 진심이 아니니 제발 삭제해주면 좋겠다.”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다. 보통 내 또래 선수들은 출전 기회가 많이 없다. 특히 개막전에서 데뷔하기란 더 어렵다. 그저 감독님을 믿었다. ‘경험 쌓아도 좋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기회를 계속 주시니 정말 감사하다. 더 노력하게 된다. 아무리 힘들어도 신인이다. 또 기회가 안 올 수도 있다. 보여줄 때 많이 보여줘야 또 기회가 온다.”


소위 인력풀을 제대로 갖춘 김해시청이다. 감독 윤성효부터 공격수 정성훈, 남승우, 지언학, 골키퍼 하강진까지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다. 흘려보낼 형들의 얘기도 박수일에겐 새로운 교과서가 된다. 이제 시작하는 이름 없는 유망주 박수일에겐 이들의 경험이 차곡차곡 명함으로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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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할 때도 못할 때도 분명 있다. 내가 봐도 못한 경기가 꽤 있었다. 그래도 꾸준히 믿어주시니 기분이 정말 좋았다. 함께 수비보는 형들은 다 경험이 많다. 그런데도 항상 고맙다고, 잘하고 있다며 오히려 격려해주신다. 무엇보다 형들이 경험이 많아. 수비에 큰 도움이 된다. 팀이 패배 없이 계속 잘하는 건 내가 아니라 다 형들 덕분이다.”


“정말 많은 얘기 해주신다. 가끔 듣다 보면 과연 나도 저런 경험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참 많이 든다. 훈련 뿐 아니라 기본 생활에서도 배우는 게 정말 많다. 어떤 팀에 가도 이렇게 좋은 경력 가진 형들과 생활하긴 어렵다. 지금은 오히려 K리그보다 좋은 것 같다. 경험 많은 선수들과 함께 뛰어 영광이다.”


96년생. 이제 겨우 스물둘이지만 광주대를 거쳐간 김호남(現상주 상무), 이민우(現)를 이을 재목이다. 윤성효 감독도 인정했다. 창단 첫 우승에 조금씩 가까워진 김해에게 베테랑과의 격차를 줄이고 있는 신예의 성장이 반갑기만 하다. 최근에는 마침내 데뷔골에도 성공했다. 남들이 무시하는 무명선수고 하부리그지만 그에게는 한 경기 한 경기가 누구보다 소중한 기회다.

샛별에겐 한 번 넘어지고 일어나자 펼쳐진 광경이 갈수록 더 많은 꽃이라 행복하다.


“가족도 내가 최고라고 얘기해준다.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팀원들도 많이 믿어준다. 지금은 너무 좋다. 놓쳐서는 안 될 기회다. 내 수준에서 우승을 언급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감독님, 코치님, 선배들이 있으면 가능하다. 처음엔 긴가민가했지만 지금은 잘 왔다. 잘한 선택이다. 쉬지 못해 힘들지만 팀이 잘하니까 좋다.”


“무엇이든 스스로 어떻게 하냐가 중요하다. 다 내 나름이다. 실패했다고 좌절하지 말고 열심히 한다면 기회가 온다. 포기하고 온 좋은 결과는 결코 좋은 결과가 아니다. 남들이 무시하는 내셔널리그 일지라도 너무 소중하다. 간절하다. 비난보다는 응원으로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비 온 뒤 땅이 굳는다. 박수일의 비는 이제 조금 그쳤다. 여전히 부슬부슬. 하지만 온 만큼 굳지 않겠는가. 더 단단해질 것이다. 많이 내린 비만큼 성장하는 박수일이 될 것이다.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른다. 하지만 노력하는 자에게 더 많이, 빨리 기회가 오는 건 아마도 사실인 것 같다.


노력하는 이유는 나태했을 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함이다. 박수일이 그렇다. 도종환 시인은 흔들리지 않는 피는 꽃이 어디있냐 그랬다. 이 세상 아름다운 꽃은 모두 흔들리며 피었다고 했다.


“‘눈 깜짝할 새’ 어린 나이지만 인생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른다. 항상 준비해야 한다. ‘아버지께서 비 온 위 땅이 굳는다’고 많이 말씀해주신다. 아직 비가 그치지는 않았다. 살짝 그치긴 했다. 나 역시 분명 더 더 더 노력해야 하는 선수임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도와주신 모든 분을 위해서라도 더 잘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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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붙으면 고생하는 공격수가 많다. 근데 높은 곳에는 더 많을 것 같다. 그런 선수들과 더 많이 붙고 싶다. 그래서 더 올라가보겠다. 아직 모든 게 처음이다. 꿈같고 축구하면서 이런 좋은 일이 없었다. 좋은 날보다 힘든 날이 더 많았다. 첫 시작이 좋아서 앞으로 더 승승장구하려면 몇 배는 더 노력해야 한다.”


“김해시청이라는 좋은 발판으로, 우승이라는 좋은 기회로 더 높은 축구를 경험하고 싶다. 부딪히고 싶다. 1년 전 나와 얼마나 달라졌는지 느끼고 싶다. K리그 챌린지나 클래식 꼭 가보겠다.”


박수일이 비를 맞으며 꽃을 품고 있다. 굳은 땅에 활짝 피어날 꽃망울을. 그렇게 무명선수는 축구선수 박수일이 된다.


기획/글 = 박상호(ds2idx99@daum.net)

사진= 내셔널리그 최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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