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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6월호] 구신(龜神)이 있기에 김해는 오늘도 아름답다

2017.06.12 Hit : 1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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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신(龜神)이 있기에 김해는 오늘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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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김해! 오 김해! 오 김해! 구지산의 거북”


지난 27일 내셔널리그 13라운드 김해시청과 부산교통공사와의 경기. 장소는 부산의 홈인 구덕운동장이었지만 원정 온 김해의 응원가로 가득 찼다. 장내 아나운서가 원정 팀에게 응원 만큼은 지면 안된다는 듯이 “부산 파이팅!”을 외치며 홈 관중들의 응원을 독려했지만 ‘김해시청 공식 서포터즈’ 구신의 응원소리는 멈출 줄 몰랐다. 이 날 경기를 찾아 온 20여 명의 구신들이 몇 곱절은 넘어 보이는 부산 관중들의 함성소리를 묻어버리는 진귀한 광경이 계속해서 펼쳐지고 있었다.


사실 내셔널리그에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이는 그렇게 신기한 장면이 아니라는 걸 바로 알 수 있다. 내셔널리그 서포터즈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구신은 지역을 가리지 않고 김해의 경기가 펼쳐지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 응원전을 펼친다. 원정경기도 홈처럼 치르는 구신을 등에 떠안고 있는 김해만의 특권인 셈이다.


국가대표 급 슈퍼스타도,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화려한 플레이도 없지만 김해가 이렇게 서포터즈들의 열정적인 응원을 받을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창단 때부터 구신의 멤버로 김해를 응원해 온 박상인씨는 “김해의 유일한 축구 구단이기 때문”이라며 첫 마디를 뗐다.


“김해시 인구가 50만 명이 넘는데 축구 구단은 김해시청 딱 하나니깐 사람들이 많이 몰릴 수 밖에 없지 않겠어요? 그렇게 한 두 사람씩 모여서 구신이라는 팬클럽도 생긴 거고 함께 응원하면서 더욱 돈독해지기도 하고 그래요. 사실 거창한 이유는 없지만 그래도 경기장 한 번 오셔서 김해 경기 보면 확실히 매력도 있어요. 저나 구신 멤버들이나 이 매력에 빠져서 괜히 김해가 이기는 날엔 덩달아서 나도 기분이 좋고, 반대로 지면 그 날 계속 우울하고 그런다니깐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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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는 인구수 100만이 넘는 부산과 창원 사이에 딱 끼어있다. 대도시들 간에 인접성이 좋은 탓에 중소기업들이 밀집해 있다. 오후 6시, 퇴근시간만 되면 하루 종일 공장 기계를 만지고 피곤에 지친 근로자들이 도심으로 쏟아져 나온다. 술 한 잔으로 쌓인 피로를 털어낼 수도 있지만 김해의 경기를 보며 열띤 응원과 함께 그 날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근로자들도 꽤 된다. 김해가 홈 경기 때마다 주간이 아닌 야간 경기를 고집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김해시청의 한 관계자는 “김해가 공장 근로자가 많은 도시인지라 야간 경기를 해야 시민 한 명이라도 더 우리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조명 전기세, 관리비 등이 좀 더 들더라도 우리가 계속 야간 경기를 고집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시민들의 스트레스와 피로를 좀 더 풀어주고자 하는 김해시청 축구단 나름의 배려인 셈이다.


구신의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외국인 팬들의 비중이 크다는 점이다. 원정이나 홈 관중에서 김해의 엠블럼이 그려진 깃발과 현수막을 드는 팬들 중 절반은 항상 노란 머리의 하얀색 피부를 가진 외국인들이다. 그렇다고 한국인이 아니라고 얕잡아 봐서는 큰 코 다친다. 그들 모두 김해를 응원한 지 햇수로 벌써 5년이 지난 골수팬(?)들이다. 북소리에 맞춰 김해의 대표 응원곡 중 하나인 ‘오! 김해’를 한국말로 또박또박 부르는 것은 예사다. 미국에서 건너 온 이안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응원곡 중 하나”라며 엄지를 치켜 세우기도 한다.


엘리엇은 ‘축구 종가’ 잉글랜드에서 건너왔다. 현재 초등학교에서 원어민 강사로 일하고 있는 그는 김해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언제나 한글로 ‘엘리엇’이라 박힌 김해의 홈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으로 나선다.


“모두 아시다시피,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축구를 사랑하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저 역시도 영국에서 축구에 미쳐있는 사람 중 한 명이었죠. 원어민 강사가 되어 한국으로 왔지만 축구에 대한 사랑은 여전히 남아있었습니다. 한국에 와서 정말 축구가 그리웠죠. 그러다 우연히 김해에도 축구팀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이제 김해를 응원하러 가는 게 주말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엘리엇

영국에서 한국으로 온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엘리엇은 여전히 가끔 고향이 생각나곤 한다. 김해를 응원한 지 5년이나 된 그는 “영국에서는 웨스트 브로미치 앨비언 FC(West Bromwich Albion FC)을 응원했었다. 가끔씩 그때가 그립기도 한데, 이곳에 모여서 여기에 있는 친구들과 함께 김해를 응원하다 보면 그런 그리움도 싹 사라진다”라며 “나에게 있어 김해시청은 ‘코리아 베스트 클럽’이다”라고 말했다.


김해도 팬들의 이런 마음을 잘 헤아리고 있다. 경기가 끝나면 결과가 어떻든 간에 항상 서포터즈 석으로 가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인터뷰를 할 때마다 항상 ‘팬’이라는 단어는 빼먹지 않는다. 구단의 수장인 윤성효 감독조차 선수들에게 항상 “포기하지 마라. 지더라도 팬들 앞에서 열심히 하는 모습은 보여줘야 하지 않겠냐”라며 독려한다.


팬들의 지속적인 관심에 보답하고자 얼마 전에는 김해 시민들의 대표 산책로인 해반천으로 가서쓰레기 봉투와 집게를 들고서 산책로 주변을 청소하기도 했다. 선수권 대회 전 마지막 쉬는 날이었지만 선수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시민들을 위해 기꺼이 휴일을 반납했다.


김해시민에게 있어서 김해시청 축구단은 단순한 ‘스포츠 구단’이 아니다. 누구에게는 응원가를 열창하며 피로와 스트레스를 푸는 콘서트 장이 되고, 또 누구에게는 고향의 그리움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안식처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김해는 그런 팬들에게 실망감을 주지 않기 위해 더욱 열심히 경기에 임한다.


53만 시민들을 대표하는 구단으로서 팬들의 가슴 속에 특별한 무언가로 남아 있다는 것. 그것만큼 아름다운 이유가 또 있을까. 김해는 오늘도 시민들을 위해 그라운드를 밟는다.


글=김병학 기자

사진=최선희 기자, 구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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