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ZINE

[웹진 4월호] “마흔까지 멈추지 말자” 루카후니 정성훈의 다짐

2017.04.03 Hit : 595

인쇄

오늘도 시계는 움직였다. 잊혀진 계절이 지금도 성큼성큼 앞질러 간다. 과거의 향수가 유달리 사람을 끌리게 하는 매력도 이 때문이다. 쓰리백 전술의 그윽함이 다시 그라운드를 점령한 지금이 행복한 이유일 것이다.


현대축구의 발전은 선수 수명을 늘렸다. 가슴 속에 품었던 그라운드의 아이돌을 여전히 운동장에서 볼 수 있다. 열광할 수 있다. 불혹의 나이에도 열렬히 응원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은퇴를 앞둔 황혼의 축구선수들에게 그라운드는 여전히 뜨겁고 축구공은 갈수록 더 둥글게 느껴진다.


서른 아홉의 정성훈은 이제야 축구를 알겠다는 말을 한다. 성인팀 첫 시작은 한일월드컵의 2002. 첫 국가대표는 2001년이다. 월드컵은 3차례나 더 있었고 정성훈의 축구는 그 후로도 계속 됐다. 친구들과 함께 축구하던 꼬마들은 각 리그를 대표하는 철인 공격수가 됐다. 세월의 무색함을 40년 모아놓으니 향수가 된 것이다.


사진1.jpg


더 뛰고 싶다는 열망, 얼핏 보기엔 선배의 과욕, 하지만 여전히 축구를 사랑해 주전 경쟁마저 즐겁다는 마지막 축구선수의 서른. 그리고 다가올 넷의 숫자를 정성훈에게 들어본다.


"오히려 더 편하다. 진짜 마무리가 오는 기분. 3년, 2년, 작년에도 늘 올해가 마지막일 것이라 얘기했다. 항상 최선을 다하기 위함이었다.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하지 않는다면 내일도 오지 않는다. 오늘 잘해야 내일이 있다. 나이 앞자리가 또 바뀐다. 잘 시작하려면 끝이 중요하다"


"윤성효 감독님에게도 올해까지만 하고 지도자를 하겠다는 말씀을 드렸다. 은퇴 이야기를 먼저 하는 이유는 나는 올해도 최선을 다하는 공격수로 노력하겠다는 뜻이다. 올해는 수원 삼성과 부산 아이파크에서 좋은 성적을 낸 명장에게 축구와 지도력을 함께 배울 수 있다. 아주 귀중한 시간이다"


"은퇴를 앞둔 시기지만 올해가 가장 바빴다. 선수이자 지도자로 어느 하나가 부족해선 안 된다. 훌륭한 축구인이 되어야함을 느끼고 있다. 몸만 된다면 축구를 계속 하고 싶다. 올해도 여건이 잘 맞는다면 1년 더 축구할 수 있다. 늙어서 설렁설렁 한다는 이야기는 축구선수에게 치욕 아니겠는가. 당당하겠다"


축구선수에게 겨울은 봄, 여름, 가을을 정리하는 휴식 기간. 농부가 봄에 씨 뿌리고 가을에 거둬 겨울을 준비하는 것처럼 정성훈도 겨울을 더 바쁘게 보낸다. 시즌이 끝나마자 지도자 수업으로 공부한다. D→C→B→A급을 거쳐 최상위 레벨인 P급까지 있다. AFC 챔피언스리그 참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P급 라이센스 외에도 각 단계마다 지도 연령을 규정했다. 갈수록 난이도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성훈은 이미 B급 지도자 수업을 완료했고 이제는 성인 선수 지도를 위해 다시 열심히 공부 중이다. 그런 그에게 김해시청은 살아있는 지도자 교과서다. 지난해 다크호스로 부상하며 4강 PO 진출을 위협했다. 갈수록 상승하는 경기력과 선수단의 좋아진 분위기는 지도자 수업을 받은 정성훈의 공이 꽤 컸다.


"축구를 멈출 생각이 없다. 여전히 사랑한다. 은퇴를 한다면 반드시 지도자를 할 것이다. 지금은 모두 열심히 하고 있지만 지도자 쪽에 무게를 더 많이 두고 있는 게 사실이다. 노후를 생각할 준비해야 하는 입장이다. 김해의 맏형으로 3년 동안 나에게도 엄청난 도움이 됐다. 나이만 성인이지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은 중, 고교 선수들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지도자 수업이 확실히 선수들과 팀 분위기를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됐다"


"작년 4강 PO를 꿈꿨는데 운이 없었다. 우리 능력도 딱 거기까지였다. 이런 저런 핑계 많지만 역시 핑계고 아쉽다. 무조건 혼내고, 잘했다고 얘기하면 안 된다. 위기가 오면 그 속에서 무엇을 발견할 수 있는지 선수들에게 알려줘야 한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선수들이 잘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하고 나 역시 그래야 한다"


"가장 좋은 지도는 내 경험을 선수들에게 나눠주는 것이다. 나야 대표팀이고 해외 무대고 K리그 우승이고 선수로 할 수 있는 많은 일을 겪었지만 우리 선수들은 이제 시작이다. 특히나 어린 선수들은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 같이 정신적으로 흔들리는 일을 겪으면 치유까지 아주 많은 시간이 걸린다. 긍정적인 사람은 빨리 잊어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이 오래간다. 물론 나도 그랬다. 힘든 걸 이겨낸 선수들이 오히려 악으로 악착같이 성장하는 계기가 된다. 절실함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잘 된 선수들은 실패를 이기는 법을 모른다"


세월의 무게는 쌓이면 쌓일수록 무거움이 더해진다. 1년의 시간이 축구화에 쌓이면 어느새 은퇴가 다가온다. '축구가 밥 먹여주냐'는 비아냥도 정성훈에게 20년이 정답이었다. 하지만 따뜻한 밥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찬밥도 있었고 아예 없는 날도 있었다. 축구는 배고픔만큼이나 간절한 존재였다. 간절하지 않았다면 4가 다가오는 시점에 축구는 사치였을 것이다.


"실패는 절실함과 간절함을 얻을 수 있는 계기다. 살다보면 힘든 날이 있다. 좋은 날이 있으니 힘든 날이 있다. 돌아보면 항상 똑같았다. 편한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은 늘 똑같았다. 뛰고 싶어도 못 뛰는 날이 있었다. 그 시절을 생각하면 아무리 힘들어도 지금의 축구가 너무 좋다. 뛰고 싶다는 간절함을 잊지 않았기에 가능한 지금의 시간이다"


사진2.jpg


"절실한 팀은 쉽게 지지 않는다. 우리가 절실하다면 반드시 뜻은 그 곳에 있다. 선수들에게도 강조한다. 지금 간절하지 않으면 우리는 절대 우승할 수 없고 강팀이 될 수 없다. 최고의 팀은 비기는 경기를 이기고 이기는 경기를 압도적으로 이긴다. 지는 경기는 추가시간 끝까지 뛰어 승점 1점이라도 따려 노력하는 팀이다. 전 세계, K리그나 대표팀도 마찬가지다. 먼저 포기하는 팀이 진다"


"프로의식을 강조하고 싶다. 선수들에게는 소위 패배의식이 가득한 '내셔널리그 마인드'가 있다. 이미 자기들 축구 인생이 끝난 줄 아는데 건방진 소리하지 마라. 감독님도 그렇고 공 잘 차는 애들도 많다. 충분히 할 수 있다. 내가 처음 시작할 적, 내셔널리그도 없었다. 특히 우리는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인기 많은 팀이 아닌가. 경기장 나갈 때도 우리가 프로라는 생각으로 뛰었으면 좋겠다. 내셔널리그 마인드를 이제는 '포기하지 않고 올라가는' 이라고 생각하자 김해."


소위 짬으로 그의 축구를 이어갈 생각은 없다. 축구를 마치는 날까지 악착같이 뛰겠다 말한다. '몸이 되는 한 계속 하고 싶습니다'라는 말은 힘들면 그만두겠다는 책임감 없는 말이 아니다. 세월의 힘이 그를 이길 때, 그때 떠나겠다는 뜻이다. 어느덧 마흔을 같이 맞게 될 친구와 다시 초심을 다잡은 이유다.


"동국이와 통화하다보면 요즘 늘 하는 소리가 '우리 할 때까지 해보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계속 이런다. 이런 얘기하면 아저씨라는데 진짜 아저씨인가 싶다"


"우리가 계속 뛰는 걸 욕 할 수 있다. 안 좋게 볼 수 있다. 당연하다. 후배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것도 선배의 덕목이다. 하지만 그저 자리만 지킬 생각은 절대 아니다. 우리가 대신 힘들었으면 좋겠다. 좋은 지지기반을 만들어야 우리보다 더 오래 할 수 있다. 지금도 좋아졌지만 더 좋아져야 한다"


사진3.jpg


"친구고 리그는 다르지만 선수일 때는 여전히 공격수 경쟁자다. (이)동국이는 마흔살까지 한다 그러더라 '니가 마흔살까지 하면 나도 해야되는데' 장난삼아 이런 말을 주고받은 게 서른아홉이다. 여전히 좋은 친구이자 선의의 경쟁자다. 경쟁 상대가 없으면 사람이 더 달릴 수 없다"


"항상 인터뷰 때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보답하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언젠가 멈춘다면 언제라도 잘하는 선수였다는 아니더라도 항상 최선을 다하는 선수였다는 소리를 꼭 듣고 싶다"


"또 하나 매번 얘기하는 게 우리 아내 그리고 가족이다. 우리 아내 없었으면 마흔은 커녕 옛날에 끝났다. 늘 고맙다고 얘기해도 또 고마운 게 아내다. 박연희씨 사랑합니다"


김해시청이 2017 내셔널리그 우승을 노린다. 정성훈은 그의 마지막 축구가 될지 모르는 올해를 우승으로 만들고 싶다. 서른아홉 길의 선구자였던 윤성효 감독이 이제는 그의 뒤를 이을 도전자와 함께 한다. 39의 파워를 천하에 알린 이들이 이제는 40의 축구까지 넘보는 이유다. 가시밭길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그들은 후배들이 마주할 장미꽃을 위해 또 한 번 거친 가시를 뚫고 나간다.


"운동장에서 보여주겠습니다. 5분이건 1분이건 뛸 수 있다면 누구보다 열심히 뛰겠습니다. ‘보러 와달라’ 부탁드리기 전에 먼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경기장을 찾아오신다면 '김해 잘한다'는 소문이 퍼질 만큼 자신도 있습니다. 39살까지 활약하신 감독님과 함께 김해를 최고의 팀으로 만들겠습니다. 자랑스러운 팀으로 만들겠습니다"


기획/인터뷰 = 박상호(qkrtkdgh93@naver.com)

사진=최선희 기자, 정성훈 선수

목록
  • 실시간 경기기록
  • 내셔널 리그 티비
  • 팀기록
  • 심판기록
  • 증명서발급
  • 경기장안내
  • 페이스북
  • 트위터
  • 웹하드
  • 웹하드
  • 카툰
  • 카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