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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4월호] 23년 만에 장갑 벗은 김경두의 한 마디

2017.04.03 Hit : 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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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안상수 창원시장(왼쪽)에게 꽃다발을 건네받은 김경두 ⓒ이정룡 기자]


1994년 10월 창원초등학교, 새로 생긴 축구부에 12살 초등학생이 들어왔다. 그 아이는 키가 유독 컸던 탓에 태어나 처음으로 골키퍼 장갑을 꼈다.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얼떨결에 축구부에 들어간 아이는 본격적으로 골키퍼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얼떨결에 축구를 시작했지만 그 아이는 무섭게 성장했다. 시간이 흘러 아이는 2005년 고향 팀의 창단을 함께 했다. 창단 후 첫 경기에 선발 출장한 이후 12년 동안 변함없이 골문을 지켰다. 창원초등학교의 키 큰 12살 초등학생은 마침내 고향의 골문을 지키는 수호신이 됐다. 수호신의 이름은 김경두다.


창원과 김해의 2017 내셔널리그 개막전이 열렸던 지난 18일 창원축구센터, 창원의 수호신 김경두는 그라운드가 아닌 관중석에 앉아 있었다. 평소와 달리 말끔하게 옷을 차려입은 채 긴장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전반전이 끝난 뒤 구단 역사상 최초의 은퇴식이 열렸다. 은퇴식의 주인공은 수호신 김경두였다. 2005년 창단을 함께한 뒤 12년 동안 창원과 울고 웃었던 수호신은 정들었던 그라운드를 떠났다. 수년간 창원을 위해 몸 바친 위한 공로를 기리는 감사패와 꽃다발이 전달되자 그는 애써 눈물을 감췄다.


23년 만에 골키퍼 장갑을 벗은 김경두는 “시원섭섭해요. 솔직히 시원한 것보다 섭섭한 게 더 많긴 하죠.”라고 은퇴소감을 말했다. 그라운드를 바라보던 김경두는 “지금도 뛰라고 하면 뛸 수 있을 것 같아요.”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이내 “동생들이 워낙 잘하고 있으니까 믿고 지켜봐야죠.”라며 고향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은퇴 배경을 조심스레 물었다. 아버지와 다름없었던 故박말봉 감독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감독님의 부재도 은퇴 이유 가운데 하나에요. 아버지 같았던 감독님을 떠나보내고 재완이마저 떠나보냈어요. 특히 15년 넘게 저를 챙겨주신 감독님의 빈자리는 매우 컸어요.”라고 설명했다. 은퇴 이후 근황에 대해 “2월 13일에 아내가 쌍둥이를 낳았어요. 그래서 요새는 애들 보느라 정신이 없어요.”라고 답했다. 이어 “아내가 하던 가게를 잠시 보기도 하고 집안일도 해요.”라며 근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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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창원에서 12년간 활약한 김경두 ⓒ김금석 기자]


은퇴 이후 여유로운 생활을 즐길 것이라 예상했으나 김경두의 생활은 예상 밖이었다. 김경두는 “가끔 조기축구회에 나가긴 해요.”라고 말했다. 조기축구회 활동을 묻자 “거기 가보니 많은 사람들이 축구를 즐기고 계셔서 놀랐어요. 저는 즐기질 못했는데 그 분들을 보면서 ‘아, 축구도 즐길 수 있는 운동이구나.’라는 걸 느꼈죠.”라고 말했다. 무엇이 그를 가장 힘들게 했을까. “스무살 때 성남일화(현 성남FC)2군으로 갔어요. 프로팀이었지만 운동, 생활 등 모든 것이 힘들었어요.”라며 힘들었던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게다가 첫 타지생활이라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비온 뒤에 땅이 굳듯 힘겨웠던 프로생활을 뒤로하고 김경두는 고향으로 돌아왔다. 2005년 창원이 창단할 때 김경두는 그 곳에 있었다. “창원에 처음 왔을 때 팀에 피해 끼치지 말고 열심히 하자 라는 생각으로 뛰었어요.”라며 초심을 말했다. 팀에 피해 끼치지 말자던 김경두는 정규리그 185경기에 출장하는 등 무려 12년 동안 창원을 위해 몸 바쳤다. 지난 12년을 되돌아보던 김경두는 “2008~09년이 가장 좋았어요. 전력도 좋았고 선수권대회 우승도 했어요.”라며 가장 좋았던 시절을 떠올렸다. 김경두는 “서른이 넘어서는 항상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뛰었어요. 말년에 나름대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고 생각해요. (농담)제 인상이 좋은 편은 아닌데 좋은 활약 덕분인지 많이 괜찮아진 것 같아요.”라며 자신의 마지막을 평가했다. 김경두는 지난해 4강PO 진출 분수령이었던 울산 원정경기에서 2번의 PK를 막아내며 4강PO 진출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제 김경두는 23년간 꼈던 정든 골키퍼 장갑을 벗고 새로운 삶을 준비한다. “일단 당장은 아이들을 돌봐야 해요. 쌍둥이다보니 다른 일을 할 시간이 없어요.”라고 당장의 계획을 밝힌 김경두는 “지도자 2급 코스를 밟고 있어요. 많이 배워서 다시 창원으로 와야죠.”라며 인생 2막 청사진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경두는 “정말 감사해요. 내셔널리그가 인기 있는 리그가 아님에도 꾸준히 저희를 보러 와주셨어요. 개인적으로 저를 찾아오는 분들도 계시고요. 오랜 세월동안 저희 팀과 저를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라며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글=이원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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