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레전드 베스트11 이승환, "날 일으켜준 내셔널리그, 가족이었던 코레일"

오지윤 2019.11.25 Hit : 1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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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베스트11 MF부문에서 수상한 이승환 (c)내셔널리그 하서영 기자]


[내셔널리그 = 서울 오지윤] “2012, 이자리에서 말했던 '내셔널리그를 지키며 후배들의 앞길을 열어주겠다'는 약속을 절반 정도는 지키지 않았을까요.”

 

지난 ‘2019 내셔널리그 어워즈에서 레전드 베스트11 미드필더 부문을 수상한 이승환의 말이다. 현역 선수에서 레전드 선수로 다시 시상식을 찾은 그는 MVP를 수상했던 ‘2012 내셔널리그 어워즈당시 내셔널리그 팬분들 앞에서 한 약속을 회상했다. 김해시청, 대전한수원(현 경주한수원), 인천코레일(현 대전코레일) 소속으로 2007년부터 2017년까지 내셔널리그에 몸담았던 이승환의 입을 통해 내셔널리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내셔널리그와의 첫 만남 

이승환의 내셔널리그 첫인상은 '축구 잘하는 형들'이었다. 대학시절 연습경기로 만난 내셔널리그 선수들을 보며 이승환은 선수 개개인의 기술적인 측면을 눈에 담았다.


"대학 다닐 때 내셔널리그 팀들과 연습게임을 자주 하곤 했어요. 솔직히 말하면 그 때 선수들이 축구를 더 잘했던 것 같기도 해요. 근데 지금처럼 빠르진 않았어요. 요새는 내셔널리그 선수들이 젊어져서 그런지 확실히 빨라졌어요. 그렇지만 기술적으로는 그 때가 좀 더 좋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웃음)"


대학을 떠난 후 이승환의 첫 성인 무대는 프로가 아닌 내셔널리그였다. 프로 진출이 무산되며 혼란스러운 시기를 겪었던 이승환에게 내셔널리그와 김승희 감독이 손을 내밀었다.


처음엔 누구나 그렇듯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프로에 갈 줄 알았어요. 졸업했던 당시가 드래프트제가 부활했을 때였는데, 여러가지 상황이 겹치며 프로를 못 가게 됐죠. 개인적으로 실망도 많이 했고, 운동을 더 해야할지 말아야할지에 대한 생각까지도 했던 것 같습니다.

 

고민을 하던 찰나에 대학 때부터 저를 지켜봐 주시던 김승희 감독님께서, ‘같이 해보지 않을래라며 먼저 손을 내밀어 주셨어요. 내셔널리그 첫 발은 그렇게 내딛게 됐죠. 솔직히 처음부터 정신차리고 열심히 하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팀에 있다 보니 이렇게 안일하게 하면 안되겠다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다시 마음을 다잡고 내셔널리거로서 시작을 했죠.”


우여곡절 끝에 내셔널리그 인천코레일의 유니폼을 입은 '신인' 이승환은 2007년 4월 21일, 이천을 상대로 데뷔했다. 그는 본인의 데뷔전을 '깜짝 데뷔'였다고 말한다.


"사실 늦게 팀에 들어온 상황이라 TO가 없어서 계약도 못했어요. 연습생 같은 신분이었죠. 그런데 김승희 감독님께서 세 번째 경기 선발명단에 제 이름을 올려주셨습니다. 당시 팀이 2연승 중이었고, 그 경기에서 3연승을 해야하는 중요한 순간이었어요. 그런 경기에서 갑자기 선발로 넣어주신 걸 경기장에 가서 알았죠. ‘열심히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뛰었는데 우연찮게도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그 다음 경기에서 1도움을 기록했어요. 덕분에 그 이후로 쭉 뛸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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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셔널리그 속 가족이 되어 준 코레일축구단 

2007년 코레일에서 데뷔 후 이승환은 2008, 9년 김해시청에서, 2010년 대전한수원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갔다. 이후 2011년 다시 코레일로 소속을 옮겼다. 그가 내셔널리그에서 출장한 174경기 중 100경기 이상을 코레일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각각 코레일 109경기, 김해 42경기, 한수원 23경기 출전) 그에게 코레일은 소속팀을 넘어 가족같은 존재였다.

 

코레일에 처음 왔을 때는 환경이 정말 열악했어요. 다른 팀들이 연봉제다, 승리수당이다 다 마련하고 있을 때 우리는 그런 게 없었으니까요. 승리 수당도 없었어요. 되게 헝그리 정신이었죠. 선수층이 얇았던 건 말할 것도 없었고요. 춥고 배고프니까 더 단단해지는 느낌이어서, 가족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때가 김승희 감독님의 감독 첫 해였는데 3위라는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어요. 그런데 그 시즌 마지막에 감독님이 다른 팀에 가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워낙 팀이 가족 같이 끈끈하니까 다른 팀에 가기가 싫었어요. 그런데 그 때 감독님이 회식을 하면서 하셨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팀에서도, 회사에서도 잘해주지 못하니까 선수들이 여기서 잘해서, 더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고 처우도 더 좋은 팀으로 선수들을 보내주는 게 목표다. 그러니까 너한테 돈을 더 많이 주고, 더 좋은 곳에서 오라고 하면 가라.” 그 말을 듣고 약간 울컥했던 것 같아요.


팀을 떠나 다른 팀으로 가면서 ‘1년 뒤에 다시 오겠다하고 갔던 기억이 납니다. 되게 의미가 있었던 팀이죠 코레일은.”

 

이 날 이승환은 그를 믿어준 김승희 감독에게 레전드 베스트 11상을 받았다.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는 말에 이승환은 정말 깜짝 놀랐다고 답했다.


시상자에 김승희 감독님이 호명될 때 이거 뭐지?’ 이런 느낌이었어요. 원래 잘 감동받고 그런 스타일이 아닌데시상식에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이번 시상식은 여러모로 감동적인 포인트가 있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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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희 감독과 이승환 (c) 내셔널리그 하서영 기자]


 신인에서 내셔널리그 레전드 베스트까지 

김해, 코레일, 한수원 세 팀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며 이승환은 174경기 20득점 24도움을 기록했다뿐만 아니라 베스트11 MF 2, MVP 1회를 수상했다. 올해에는 그 어떤 해보다도 특별한 내셔널리그 역대 베스트 선수 11명에게만 주어지는 레전드 베스트11 미드필더 부문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레전드라고 하기에는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선수생활 할 때 목표한 게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달성 못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도 이런 자리에 올 수 있어서 영광이고, 오랜만에 시상식에 와서인지 새롭고 기분도 좋네요.”

 

이번 레전드 베스트11 수상자 선정에는 팬들의 투표가 반영되었다. 실제로 내셔널리그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역대 베스트 선수 투표가 진행됐다. 최종 수상자인 이승환이 생각하는 득표 비결은 무엇인지 물었다.


아무래도 2012년에 5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고, 챔피언결정전까지 가서 우승을 했던 그 과정이 아닐까 싶어요. 저를 기억하시는 분들은 아마 그 당시를 많이들 기억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 부분이 수상에 제일 큰 부분 중 하나가 아닐까요? 사실 아까 12년 우승 영상이 나올 때는 좀 울컥했어요. 그런데 제 골 장면을 안 보여주더라고요. 내심 기대했는데.(웃음)”


"항상 열심히 하려고 했어요. 아무래도 제가 신체적으로 작고 왜소했기 때문에 나만의 무기는 가지고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매일 남아서 킥연습을 하곤 했죠. 나름대로 무기를 만들고자 노력했는데, 그런 부분들을 팬분들도 많이 기억을 해주시는 것 같아요. 아직도 가끔 팬분들께서 "이승환 선수가 들어가서 프리킥 한 번 차주세요"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팬분들이 내 노력을 좋게 생각해주시고 인정해주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뿌듯하고 감사하죠."



 아듀, 내셔널리그 

이승환은 2017년을 마지막으로 현역 축구선수 은퇴를 선언하고 코레일 정직원으로서 새롭게 출발했다. 선수 생활 중이던 2013년 3월 정직원으로 전환이 되어 선수생활을 이어가다, 현재는 회사 발령이 난 지 약 2년 가량 됐다. 그의 '코레일 정직원' 삶은 어떨까.


"결론을 먼저 얘기하면 축구할 때가 제일 좋긴 하죠. 축구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열심히, 최대한 오래 하는게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회사 발령이 난 후 처음에는 많이 어려웠어요.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이기도 하고, 평생을 축구만 하다가 회사생활을 한다는 게 쉽지는 않더라고요. 특히 회사 사람들을 보면 '이분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싶어 어려운 적도 있어요. 그런데 또 하다보니까 단체생활을 오래 해서 그런지 금방 적응이 되더라고요. 업무도 마찬가지고요."


개인적으로 내셔널리그와 작별인사를 한 것 뿐 아니라 이제는 정말 내셔널리그와 이별을 앞둔 상황이다. 내셔널리그 8개 팀은 내년부터 내셔널리그가 아닌 대한축구협회(KFA) 3부리그에서 새 출발을 앞두고 있다. 내셔널리그에 오래 몸 담았던 이승환은 아쉽다는 말과 함께 2012년 MVP 수상 당시의 약속을 떠올렸다. 장난 섞인 선전포고도 덧붙였다.


"저에게 내셔널리그는 의미가 깊어요. 개인적으론 축구를 하며 처음으로 나선 성인무대가 내셔널리그였습니다. 또 2012년에 우승하고 MVP를 받았을 때, 딱 이 자리에서 소감을 밝혔던 게 생각나요. "프로팀에서 오라고 하는 오퍼도 있지만 저는 가지 않겠다. 물론 회사에서 정규직을 약속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내셔널리그에 남아서 제가 은퇴할 떄까지 내셔널리그를 지키면서 실력 있는 후배들의 앞길을 열어주겠다."라고 했었습니다. 아직도 그 멘트가 생각이 나는데, 그 약속의 절반정도는 지켰나요?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끝까지 내셔널리그에 남아는 있었으니까 반은 지켰다고 생각해요.


이제 내셔널리그가 사라지고 3부리그로 가는데, 아쉽지만 한편으로는 잘 된 일인 것 같아요. 몇 년 뒤에는 내셔널리그 팀들이 K리그에서 전북현대, FC서울, 울산현대를 만나기도 하고, 수원삼성을 상대로 우리가 (FA컵 결승 2차전 패배에 대한) 리벤지 매치를 펼칠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두고 보세요. 몇 년 안에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내셔널리그 오지윤 기자(fb_esth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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