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무명선수 조정호의 눈물, 난세에 탄생한 영웅

박상호 2017.11.10 Hit : 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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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리그 박상호] 난세(亂世)에 영웅(英雄)이 탄생한다. 운이 좋았던 게 아니라 간절히 기회를 기다렸다. 그리고 쟁취했다.

무명(無銘)의 반란이다. 스타군단 경주가 외인구단 김해에게 무릎 꿇었다. 8일 김해운동장에서 열린 2017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챔피언 결정전전 1차전은 후반 48분 교체 투입된 유현규의 골로 1차전을 가져갔다. 묵묵히 기다리던 김지민, 유현규, 이재민, 여인혁, 조정호 등 벤치 안팍 멤버들이 맹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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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충격적인 선발은 조정호다. 지난 4월 22일 부산교통공사와의 홈경기를 마지막으로 6개월을 출전하지 못하다 4일 천안시청과의 경기로 복귀했다. 가장 중요할 때 윤성효 감독은 고작 3경기만 기용한 조정호를 투입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박수일 선수 부상으로 정말 우연하게 기회가 왔다." 21경기에 출전해 든든한 포백의 축이 된 신예 박수일이 1일 천안시청과의 챔피언십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부상당했다. 

간절하자 기회가 왔다. 물론 동료의 아픔으로 얻었으나 잡아야 했다. 원래 공격수인 포지션에서 수비로 바꿔 출전했지만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6개월을 절치부심하며 기회를 기다리자 마침내 윤성효 감독의 호응을 얻었다. 잇따라 챔피언 결정전에도 출전했지만 조정호는 만족스럽지 않다. 1차 결승을 마치고 "데뷔전이나 그 이후 경기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수일이 대신 출전한 경기도 잘하지 못했다. 출전 가능할 정도로 성장하지 못했는데 감독님께서도 계속 믿어주셨다. 감사한데 너무 죄송하다."라며 출전의 기쁨보다 아쉬움을 털어놨다.

사실 조정호는 코칭 스태프가 올 시즌 사고칠 기대주였다. 지언학, 남승우, 최성민이 아닌 무명의 조정호였다. 부경대 졸업 1994년생은 윤성효 출범과 함께 내셔널리그에 입성했다. 10년이 넘는 선수 생활 동안 단 한 번도 언론 인터뷰, 우승도 없는 그야말로 무명이다. 내셔널리그의 도전의식, 그 자체를 상징하는 선수다. 

"조정호 선수가 사고칩니다. 기대해주십시오." 코칭 스태프의 올 겨울 조정호를 향한 평가이자 당부였다. 실제로 동계훈련에서도 빠른 스피드로 눈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시즌 돌입 후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3경기, 그의 정규리그 성적표다. 당연히 스스로도 만족하지 못한다. 그는 "동계만 해도 몸이 좋았다. 하지만 시즌에 맞춰 완벽한 몸을 만들지 못했다. 더 끌어올려야 했는데 아마도 신인이고 경험이 부족해서 그런 것 같다. 감독님께서 그럼에도 가진 재능이 많다며 믿어주셨다. 스피드말고는 장점이 없어 그저 열심히 뛰고 이 악물고 달리는 선수다."라며 신인으로 범한 자기 관리의 실수를 가장 아쉬워했다. 

공격수가 수비수가 됐다. 골로 자신감을 얻던 그가 자존감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6개월 가량 출전을 못했다. 성장이 더디자 윤성효 감독이 먼저 그의 재능을 다시 살폈다. "수비를 하자." 윤 감독은 그에게 포지션 변경을 권했고 "감사합니다."라며 오히려 기쁘게 받았다. 수장의 조언을 그대로 받아들인 이유는 "굉장히 좋았다. 부담 주지 않으셨다. 다른 말 안 하고 믿어주셨다. 경기를 못뛰자 감독님께서 수비를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며 권하셨다. 바로 감사하다고 하며 훈련을 바꿨다. 감독님 결정을 무조건 믿는다. 아무 것도 없는 신인 선수인데 깊게 재능을 살펴봐주신 게 정말 감사했다."라며 윤성효 감독의 세심함과 믿음이었다고 밝혔다. 

선수 시절 악바리로 유명한 윤성효 감독답게 기용하는 선수들도 악으로 깡으로, 죽어라 뛰는 선수를 선호한다. 소위 뺀질거리는 선수를 싫어한다. 경기도 못뛰는 신인선수를 1년 동안 지켜본 이유도 이와 같다. '잘하지는 못해도 제일 열심히 뛰는 선수' 조정호는 스스로를 이렇게 평한다. 

"1년차이기도 하고 대학에서 갓 온 신인선수다. 무엇보다 열심히 하고 싶다. 나는 늘 간절했다. 좋은 팀에도 있어본 적도 없고 심지어 우승도 해본 적이 없다. 여기 있는 선수들과 다르다. 챔피언 결정전처럼 큰 무대도 처음이다. 힘들 떄가 많았다. 주변에서 굉장히 많이 도와주셨다. 특히 부모님, 정말 많이 도와주셔서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부모님 생각하며 버텼다. 올해도 경기를 못뛰어 힘들었는데 지난날 이겨낸 기억으로 버텼다. 잘하지는 않지만 제일 열심히 뛰는 선수다." 

모든 게 처음이다. 경기에 나서며 모든 걸 배우고 있다. 뛰기만 해도 좋다. 그럼에도 마냥 좋지는 않았다. 6개월을 뛰지 못하는데 어떻게 기분이 좋았을까. 그럼에도 조정호는 배우자, 성장하자를 잊지 않았다. 기회는 노력하는 자에게 온다. 평소 준비가 돼있지 않으면 찾아온 기회도 놓쳐버리는 게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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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자 윤성효 감독이 기회를 줬고 선배들은 노하우와 경험을 조정호에게 선물했다. 그는 "어떻게 보면 이런 팀에 있을 수 있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뛰지 못해 힘들었지만 솔직히 내 수준에서 이런 팀에 있는 건 행운이다. 이렇게 큰 무대를 뛸 수 있다면정말 좋을 것 같다. 수비하고 패스하는 연결이 여전히 부족하다. 공격에서 수비로 바뀌어 아직 템포도 부족하다. 김민준 선수를 보며 많이 배우고 있다. 그 선수처럼 되는 게 가장 가까운 목표다."라며 부족한 점을 채워 꼭 '큰' 경기를 뛰어보고 싶다고 전했다.  

트레이드와 실패로 도피성으로 군대를 향했던 KBO 기아 타이거즈 임기영은 내셔널리그의 챔피언 결정전이라 할 수 있는 한국 시리즈의 초신성이 됐다. 기회도 못잡고 좀처럼 성장이 더뎠던 임기영은 묵묵히 참고 견뎌내며 기다렸다. 마침내 10월 29일, 한국시리즈 4차전 투수로 올라 호투하며 팀의 우승에 기여했다. 

당시 경기를 앞두고 임기영은 취재진에게 "하나도 긴장되지 않았다. 빨리 한국시리즈를 뛰고 싶어 설렜다."라며 들뜬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 제대로 준비한 간절한 이들에게 긴장은 사치다. 조정호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계속 오지 않던 기회가 가장 큰 무대에서 찾아왔다. 경기를 앞둔 그 역시 "긴장되지 않았다. 오히려 선배들이 오랜만에 경기뛰니까 괜찮다고 조언을 해줬다. 경기를 앞두고는 오히려 설렜다. '빨리 뛰고 싶다.' 너무 뛰고 싶었다. 부상 없이 그냥 뛰고 싶다. 부담보다 믿어준 사람을 위해 잘하고 싶었다."라며 간절함을 표출했다. 

조정호는 잘하고 싶다. 바로 윤성효 감독을 위해서다. 가진 게 없고 부족하기만한 자신을 입단시켜주고 기용해준 윤 감독에게 보답하고 싶기 때문이다. 한편은론 걱정도 있다. 우승에 실패하면 갑자기 출전하게된 신예 탓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선수를 기용한 감독도 당연히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감독님 기대에 부응하는 게 1순위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승을 못하면 다 내책임이다. 다른 선수들은 다 잘한다. 경험도 많다. 내가 못하면 우승을 못한다. 믿어주신 걸 마지막 게임에 부응하고 싶다. 2차전에 뛸지는 모르겠지만 꼭 뛰고 싶다. 감독님에게 우승으로 보답해야만 한다."

김해는 버스를 대절해 11일 경주로 향한다. 첫 우승을 앞두고 팬들은 가슴이 떨린다. 사실 팬들 앞에 많이 나서보지 못했기에 응원 하나하나에 심장이 두근거린다. 팬들보다 더 떨리는 게 지금의 조정호다. "멀리 응원해주시고 찾아와주시는 게 정말 큰 힘이 된다. 많이 와주시면 좋겠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응원해주시면 꼭 우승으로 보답하고 싶다."

도대체 뭐가 그리 죄송하고 부족한지 모르겠다. 이미 조정호는 앞서 2경기에서 본인의 잠재력과 존재 가치를 증명했다. 그래서 그런지 '보답하고 싶다'는 말을 반복했다. 조정호가 마지막 말을 앞두고 운을 떼기까지 3분 28초가 걸렸다. 딱 한 마디를 하기 위해. 그러자 모든 마음이 이해됐다. 아마 팬들도 그러하실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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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함이란 내 삶의 원동력"



사진= 내셔널리그 최선희 기자


박상호 (ds2idx99@daum.net)


내셔널리그 랩(nleague.sports-lab.co.kr - 경기영상분석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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