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무적선수 8개월, 여인혁의 상처에 자란 책임감의 흉터

박상호 2017.10.06 Hit : 3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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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리그 박상호 기자] 아픔 없는 선수가 없다. 여인혁의 상처엔 책임감이라는 흉터가 생겼다. 

 

언남고-동국대 출신 여인혁이 8개월 만에 내셔널리그로 돌아왔다. 190cm 신장을 바탕으로 제공권과 대인 마크에 능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했던 세르비아 수비수 네마냐 비디치와 신장이 같다. 스타일도 비슷해 '여디치(여인혁+비디치)'라는 별칭으로도 불렸다.

 

빠른 공격수와 큰 수비수는 언제나 사랑받는다. 이제 스물여섯, 막 시작해도 될 젊은 축구인생은 이미 한 번 끝났다. 여인혁의 내셔널리그는 조금 더 남다르다. 2015년 울산현대미포조선, 2016년 용인시청. 그러나 이제 두 팀은 역사속으로 잠들었다. 전도유망했던 기대주의 절박한 간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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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겸 감독이 울산현대미포조선을 이끌던 2015년, 장신 수비 여인혁을 데려왔다. 내셔널리그 맹주로 완벽한 공수를 보여주는 강팀에서 신인의 자리는 당연하게도 없었다. 결국 한 시즌이 지나 2016년에는 김종필 감독의 용인시청으로 향했다. 남승우, 이민수 등과 함께 초호화 유망주로 색이 변한 용인이었다.

 

여전히 많은 기회는 아니나 2015년의 5경기 출전보다 2배 많은 13경기를 뛰었다. 하지만 팀은 최하위, 그리고 해체. 더욱 아픈 건 여인혁이 19경기를 합쳐 뛴 팀이 모두 사라졋다. 울산과 용인이 동시에 해체 선언했다. 그렇게 8개월을 무적으로 지냈다. 지치고 포기하고 싶을 때 무패 김해시청 윤성효 감독이 그를 불렀다. 다시 팀이 생기기까지 세 번의 계절이 지났다.

 

처음 윤성효 감독 연락에 고민했다. 내셔널리그 팀이라서가 아닌 오래 쉰 스스로가 김해에 도움이 될까라는 의문이었다. 그는 "8개월을 쉬었다. 오래 고민했다. 그래도 먼저 윤성효 감독께서 연락을 주셨다. 팀에서 해줄 역할이 있다고 하셨다. 그 말에 바라는 거 없이 오직 감사하는 마음으로 김해로 갔다. 기존 선수들이 잘하고 있는 팀이었지만 나에게도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했다."라며 다시 팀을 찾은 소감을 전했다.

 

박수일-김동권-최성민-김민준의 수비라인이 아주 견고하다. 신인과 베테랑의 조화로 우려도 있었지만 26경기에서 20실점만을 허용했다. 당연히 여인혁에겐 좋은 소식이라고는 할 수 없다. 본인의 역할을 "수비라인이 이미 갖춰지면 사실 틈이 없다. 코칭 스태프는 내가 장신 공격수를 묶고 공중볼 경합에서 안전하게 해주기를 원한다. 또한 큰 키로 세트피스에서의 공격적인 역할도 원한다. 나 역시 자신 있는 부분이라 선발 출전하지 못해도 괜찮다. 팀에 보탬이 되는 게 먼저다."라며 정의했다.

  

기록지만 놓고 보면 '교체용' 그라운드 밖에서 더욱 빛난다. 끊임없이 선수들을 독려한다. 벤치에서 가장 시끄러운 선수. 그런 역할이 우승 경험 없는 김해에 크게 기여했다. "패배를 잘 모르는 팀이기에 지고 났을 때 라커룸 분위기가 굉장히 나빴다워낙 선수층이 젊다. 동생들의 실력은 걱정이 없다. 경기를 뛰는 선수나 그렇지 않은 선수나 모두가 하나로 뭉치게 하고 싶다. 직접 뛸 때도 동료의 응원에 많은 힘이 났다. 그라운드 밖이라도 뛰는 건 마찬가지여야 한다."

 

"확실히 상향평준화" 8개월 만에 돌아온 여인혁은 분명 내셔널리그가 더 강해졌다고 느낀다. 격차는 있어도 만만한 팀이 없다. 좋은 선수들이 많다고 느낀다. 김해에는 이미 좋은 선수가 많다. 필요한 건 경험. 신인이 많다. 1년차에 우승을, 2년차에 최하위를 해본 경험으로 김해를 우승팀으로 만들 생각이다.

 

"특히 선수들이 최근 좋은 성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아 부담이 커졌다. 커진 기대만큼 선수들이 피부로 부담을 느낀다. 내셔널리그가 더 강해졌다. 먼저 경험해봤으니 내 존재의 영향력을 보여줘야 한다. 선수들은 지금 비겨도 자책한다. 경기 내용이 좋아도 자책하니 스스로 피드백이 안 되는 상황도 있었다. 다 잘 될 수는 없다. 선수들에게 힘들수록 많이 대화를 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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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쓰라린 상처. 한 번도 가지 못한 K리그가 꿈이 아닌 상처로 남았다. "가장 아쉬운 건 스스로 선택을 너무 잘못했다. 대학교 4학년 졸업 앞두고 좋은 조건이 많았다. 좀 더 신중히 결정했으면 K리그를 한 번이라도 밟아봤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있다. 해체까지 겹치니 '나는 실패했다'고 자책했다. 축구를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다."

 

KBS, SPOTV 김태륭 축구 해설위원이 단장으로 2018 K3리그 진입을 목표로 하는 TNT FC. 국내 최초 '재기 전문'이라는 이념으로 무적 선수들이 다시 팀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대학 무대에서도 맹활약하고 내셔널리그에서도 존재감을 보여준 여인혁의 2017년 소망은재기. 많은 선수들이 최근 축구계 취업난을 걱정한다. 마찬가지였다. 축구-포기-축구-포기를 반복했다. 무적의 8개월은 설움이었다.

 

"다시 축구를 하려 했지만 말처럼 쉽지 않았다. 그만두고 다른 일도 해봤다. 축구만큼 편한 게 없음을 느꼈다. 축구는 가장 즐겁고 부담 없이 돈 벌 수 있도록 해준다. 포기해보니 감사함을 많이 느꼈다. 나 정도면 다시 좋은 팀 가겠지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다 망해보니 깨달았다. 이제 위치는 중요하지 않다. 나처럼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같이 축구 하는 게 꿈이 됐다."

 

"처음 나갔을 때는 운동만 하자는 생각이었으나 정이 생겼다. 다 나랑 비슷한 형들이고 친구들이고 동생들이었다. 팀이 있으니까 동기부여도 생겼다. 많은 선수들이 팀을 떠나며 의욕을 잃는다. 다시 ''이라는 걸 알려준 게 TNT FC. 절대 선수들이 노력이 부족하고 게을러서 그런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좋은 재능이 있어도 취업이 어렵다.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팀을 잘 찾는 선수가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선수도 있다. 무조건 비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해에서 다시 축구를 찾았다. 다시 꿈이 생겼다. 희생을 자처하는 여인혁에게 책임감이 생겼다. 성공과 높은 곳을 오르는 성취감이 아닌 팀, 그리고 자신처럼 축구를 포기했던 선수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 여인혁의 8개월에는 아프게 자리잡은 상처가 김해라는 영광의 흉터로변했다.

 

"지금 김해는 우승에 기여할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 득점해주고 상대 득점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충분하다. 그 밖에도 지치지 않고 팀을 독려할 수 있는 선수도 필요하다. 내가 되길 바란다. '저 형 정말 열심히 한다'라고 후배들이 느낄 정도의 열정있는 선수가 돼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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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가 무겁다. 그를 지도한 코칭 스태프나 함께 뛰었던 선수들에게 여인혁을 물으면 항상 '인성'을 말한다. "언제나 착하고 팀을 위해 헌신할 줄 아는 선수다. 무엇보다 늘 성실하게 훈련에 임한다." 다시 일어나도록 도와준 사람들이 많다. 다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주변의 도움 덕분이라고 스스로도 말한다. 성실과 인성은 여인혁이 도움을 갚는 방법이다.

 

"내가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나를 부러워하는 동생들이 있다. 여전히 팀이 없는 후배들이 많다. 나보다 더 좋은 리그, 팀에서 성공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다시 돌아온 내가 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축구를 포기했을 때 도와준 4명의 팬분이 계신다. 마음속으로 지쳐있을 때마다 사진 보내주고 메세지 보내주셔서 응원해주셨다. 꾸준히 응원해주셔서 버틸 수 있었다. 김해까지 와서 선물까지도 주셨다.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를 주변에서 만들어준다. 꼭 성실함으로 갚아야 한다."

 



사진= 내셔널리그 최선희 기자 


박상호 기자(ds2idx99@daum.net)


내셔널리그 랩(nleague.sports-lab.co.kr - 경기영상분석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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