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5년룰로 잊힌 축구천재가 클래식 경기장을 밟기까지

박상호 2017.04.20 Hit : 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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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이 지나야 중은 비로소 고가 된다. 4년은 있어야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과 올림픽이 돌아온다. 


짧은 것처럼 보이는 시간은 최소 1000일을 넘긴다. 그런데 5년은 얼마나 더 멀게 느껴질까. 숫자 하나가 꿈과 진로에 들어온다면 그 크기는 더욱 커져 제곱의 효과를 만든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국가가 바뀌기 위한 시간을 5년이라고 보면 그 시기의 길이나 세월의 무색함이 얼마나 큰지 조금은 느낄 수 있다. 


축구에서도 5는 꽤 큰 숫자. 흔히 'NOT FOR SALE'이라고 절대 다른 팀에겐 팔지 않는 핵심 선수들은 저마자 5년의 재계약을 경험했다. 월드컵을 한 번 돌고도 남는 기간만큼 팀의 잔류를 원하는 것 만큼 확실한 평가도 없다. 하지만 한국축구에선 달랐다. 


흔히 5년룰이라 부르는 규정이 있었다. 


K리그 드래프트 시행세칙 중 제 6조 기타 6. 아마추어 선수가 드래프트에 참가하지 않고 해외 프로팀에 입단할 경우 


  • 해외 프로팀 입단으로부터 5년 이내에 국내 프로팀에 입단하려면 드래프트를 통해서 입단해야 한다.

  • 5년이 경과된 후에 국내 프로팀에 입단하는 경우에는 자유 이적으로 입단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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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규정은 쉽게 해외 진출한 아마추어 선수가 K리그 무대를 밟으려면 5년의 시간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과도한 선수 유츨 대비책이었다. 하지만 5년의 기다림은 꽤 컸다. 한국인이 한국 무대에서 뛰고 싶은 건 아주 당연하다. 고향 무대에서 뛰고 싶은 선수들의 선택을 리셋하려면 5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한남대 출신의 이민수는 U-20, 22, 23 연령별 대표팀의 핵심 미드필더로 한국 축구의 기대주였다. 김영욱, 이종호, 석현준 등 해외와 국내 무대에서 맹활약하는 선수들이 그의 대표팀 동기다. 축구천재 등장에 한국 뿐 아니라 해외에서 관심을 가지는 건 아주 당연한 일이었다. 


이민수는 일본 J리그의 명문 시미즈 S-펄스에 입단했다. 2012년 9월. 행복의 시간은 기다림의 시간을 벗삼아 흐르기 시작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듯 시작은 시작을 허용하지 않는 아이러니함이 시작됐다. 이민수는 해외 무대를 마치고 국내 무대로 돌아오려 했으나 5년룰로 돌아올 수 없었다. 해서 선택한 팀이 김종필 감독이 이끌었던 내셔널리그 용인시청이었다. 


지난해 2016년 이민수는 국내로 돌아와 내셔널리그 무대에서 뛰었다. K리그 클래식과의 대결로 성장하고 싶던 그에게 유일한 방법은 FA컵. 아마추어부터 프로까지 아우르는 특성이 하위리그 선수들에게 진정한 가치를 실현한다. 당시 이민수는 전남드래곤즈와의 FA컵으로 첫 클래식 경기장을 밟았다. 만 3년이 걸렸다. 


또 한 번 기회가 왔다. 3라운드 K3리그 양주시민축구단을 꺾고 강원FC를 만났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설렘으로 부풀었다. 반드시 보여주고 싶었다. 2017년 신바람탄 대전인만큼 충분히 긍정적 사고를 칠 준비가 돼있었다. 하지만 강원은 이근호, 문창진, 이범영 등 대거 주축을 내보냈다. 


쉽지 않은 경기였다. "상대는 주말에 경기를 했는데도 지난 라운드에서 뛰었던 선수들이 나왔다. 강원 입장에서는 경기가 부담되는 상황이니 그랬을 것이다. 많이 뛰진 못했지만 20분 정도 경기에 나섰다. 5년룰이 끝난 (김)경중이와 같은 경기장에서 뛰니 좋기도 하고 한 편으론 아쉽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쉽지 않은 승부에도 오히려 대전은 강원을 역으로 압박했다. 전반전은 오히려 대전의 발이 빨랐다. 강원 최윤겸 감독도 '불만족스러운 전반전'이라는 말로 대전의 경기력이 좋았음을 밝혔다. 그러나 후반전 체력이 떨어지고 선수들의 부상 등으로 불가피하게 전술을 수정하는 등 뜻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후반 35분 교체 투입된 강원 디에고가 문창진에게 결정적 패스를 전달하며 결승골을 만들었다. 좋은 경기력에도 패했다. 이민수의 아쉬움은 유달리 컸다. 


"전반전 초반 적극적으로 압박도 하고 공격적으로 나섰다. 전체적으로 압박하니  상대가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이었다. 잘 했지만 후반전 중반부터 지치기도 했고 선수 부상으로 공격 카드를 쓸 수 없었다. 해서 연장전으로 가면 더 휴식한 우리가 승산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수비적으로 나선 시점에 실점했다"


"충분히 해볼 만 했다. 경기력 좋았다. 선수들 역시 강원이 올해 화제의 중심이고 K리그 클래식이라 긴장도 했지만 막상 경기장을 보니 조금씩 여유를 찾았다. 대전은 해결사 능력 가진 선수도 많다. 상대 스타일이 우리가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서 더 아쉽다"


FA컵을 앞두고 내셔널리그 팀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상위 라운드 진출 확률이 높은 상대적 약팀을 원합니까? 아니면 패배 가능성이 높더라도 강팀과 붙고 싶습니까?' 답은 늘 똑같았다. '강팀' 그것도 전북 현대, FC서울 같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클럽과 붙기를 원하는 선수들과 지도자가 많다. 


간단한 이유다. 혹여 패배하더라도 얻을 수 있는 게 많다. 만약 이긴다면 이변의 주인공으로 더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자신들의 능력과 한계도 알 수 있어 성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민수에게도 강원과의 패배가 선수로 느낄 성장의 기회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좋은 팀과의 경기는 선수 개인적, 팀적으로나 더하기가 된다. 스스로의 부족함을 깨달았다. 더 팀을 위해 보탬이 될 수 있었다. 지고 있더라도 팀을 위해 해줘야할 게 많은데 그러지 못 했다. 무엇을 해야하고, 어떤 도움이 되어야 하는지 느꼈다" 


"10분을 남기고 실점했다. 패하는 상황이었지만 강원의 경기를 보며 깨달았다. 강원은 강한 공격에서 지켜야 하는 입장이 됐다. 우리는 수비를 하다 다시 10분은 골을 넣어야 하는 상황으로 변했다. 경기를 마치고 나니 상대를 보며 어떻게 변하는 상황마다 대처해야 하고 보완이 필요한지 깨달았다. 올시즌 통합 우승이 목표다. 준비 과정에서 조금씩 고쳐나가면 점점 단단해져 우리도 할 수 있다. 패배로 얻은 게 더 많다. 오히려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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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앞두고 이민수는 함께 대표팀에서 생활한 친구를 포함한 정승용, 김경중, 박선주와 반갑게 인사했다. 거기에는 선배 황진성도 있었다. 황진성 역시 2015년 J리그 교토 퍼플상가, 파지아노 오카야마로 일본 생활을 했다. 타국에서 둘은 친해졌다. 황진성은 이민수의 가족들을 초대할 정도로 반가움을 표했다. 그런 둘의 재만남은 K리그 클래식이었다. 유니폼과 무대는 달랐지만 이 날만큼은 왼쪽 팔 패취가 같았다. 


"반갑게 인사했다. (황)진성이형, (김)경중이, (박)선주, (정)승용이. 시즌 시작 전부터 강원이 화제의 중심이 되도록 만든 선수들이다. 이렇게 멋진 경기장에서 다시 만나니 기분이 좋았다. 지난 라운드 제주전 승리로 리그 성적도 좋아질 것 같다. 친구들은 ACL 진출 등 목표를 이뤘으면 좋겠다. 나 역시 대전 코레일을 우승시키고 높은 무대 클래식으로 가고 싶다. 우리 모두 기대 부응해서 다시 한 번 돌풍의 주역으로 같은 무대에서 만나보자. 서로의 목표를 이루고 꼭 다시 만나자"


클래식 무대를 밟기까지가 4년이 걸렸다. 이민수의 재능을 경기력으로 증명할 수 있다면 분명 기회는 온다. 간절하다면 결과가 따를 것이다. 그런 이민수에게 강원FC와의 FA컵 패배는 경기력 성장 뿐 아니라 자신 스스로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더 높은 곳으로 날아간다. 축구천재는 잊혀졌지만 여전히 기대 가치가 충분하다. 대전 한밭종합운동장에서 잊힌 축구천재의 우승 향한 날개짓이 파닥인다. 그리고 자신을 끝까지 믿어준 사람들에게 5년의 시간 동안 성장했음을 꼭 증명하고 싶다.


"J리그로 시작해 더 높은 무대로 가기 위한 마지막 준비 단계다. 길다면 참 길었다. 올 시즌만 지나면 가능성이 커진다. 강원이라는 좋은 클래식팀과 경기로 미리 경험할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다. '내가 클래식 선수가 된다면'이란 막연한 생각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지로 되새겼다. 동기부여가 됐다. 좋은 팀에 친구들이 많이 있어 욕심도 생기고 선수로써 분하기도 하다"


"정말 좋은 경험을 가져왔다. 경기장에서 증명하겠다"


사진 = 오지윤 기자, 강원FC


내셔널리그 박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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