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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10월호] 라커룸 이야기 - 수원 양종후

2007.10.12 Hit : 4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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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커룸 이야기> 수원시청 양종후 선수의 "수원, 악연과 인연사이" 

요즘 내셔널리그 관계자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다. "빨리 수원시청 잡아야 하는데…." 때문에 내셔널리그 팀들에게는 현재 "수원시청의 발목을 잡아라" 특명으로 내려진 상태다.

그렇다. 요즘 수원시청, 잘 나가도 너무 잘 나간다. 비단 후기리그만이 아니다. 벌써 대통령배․  선수권대회를 재패한 2관왕 수원시청은 선수권 대회부터 지금까지 12연승을 기록, 수원시청이 세운 최고 연승기록과 이미 타이를 이뤘다. 앞으로 단 1승만 더 거두면 팀 창단 이래 최고 연승기록을 갈아치우는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다.   




 확실히 올 해 수원은 달라졌다. 물론 그들은 언제나 특유의 스타일로 창단 역사가 짧은 팀에도 불구하고 내셔널리그 강호로 군림해 왔다. 그러나 올 해는 빠른 스피드를 보강하며 기존 수비 중심의 축구에서 탈피, 더욱 강력한 창과 방패로 무장한 하나의 군대로 돌아왔다. 


많은 이들이 수원의 거침없는 행보에 결정적 활약을 한 아이엔지넥스 이적생 박종찬 선수에게 환호를 보낼 때, 필자는 언제나 승리 뒤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수비수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편이다. 화려한 공격 축구로 꽃피운 유럽 축구와는 구별되는 담백한 한국만의 정서가 더 묻어나는 위치랄까? 우리가 홍명보에 열광하는 이유도 그 맥락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수비수들은 과묵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더 멋지다.




 수원시청에도 팀의 창단 멤버로서 벌써 5년 째 팀과 동고동락을 함께 해 온 조용한 수비수가 있다.  "수원의 정신적 지주"라고 표현하고 싶다는 필자의 말에 극구 손사래를 치며 "제발 그런 말 말라. 조용히 살고 싶다"고 말하는 그.


 축구 선수로서는 어느덧 노장의 위치에 있지만, 모든 경기를 풀타임으로 소화하며 수원시청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는 양종후 선수(DF.34)를 만나 축구와 인생에 대한 솔직담백한, 때로는 직설적인 대담을 나눠봤다.




수원이라는 이름의 아이러니"공무원 시켜주나요"




 양종후 선수의 과거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듯싶다. 오랜 시간 수원시청에서 활약한 수비수, 전 수원시청 주장 정도?


 그러나 그도 대학축구의 명문 고려대를 지나 프로축구 최고 구단 수원 삼성블루윙즈에 입단, 흔히 말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은 전도유망한 선수였다. 상급학교로 진학할수록 경쟁은 치열해지고 문은 더욱 좁아지는 국내 학원축구의 여건상 그 정도면 "성공"했다 말할 수 있는 그가 도대체 왜 내셔널리그로 왔을까? 그는 "성격탓"이라고 말한다.


"프로는 정말 살벌합니다. 한 팀에서 뛰는 같은 동료지만 머릿속에는 항상 "저 선수보다 잘해서 어떻게든 눈에 띄어야 된다"는 이기적인 생각을 하게 만드는 곳이죠. 동료 선수의 부상과 아픔이 곧 자신에게 기회가 되는 곳에 있다 보면 나쁜 생각만 하게 될 것 같아 견딜 수 없었어요"고 말하는 그는 이후 한국과는 조금 다른 축구를 접해보고자 싱가폴 리그에 도전했지만, 그것 역시 녹록치는 않았다.


"타지 생활은 정말 너무 힘들었어요. 4개월 만에 싱가폴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정말 뭘 해야 하나 막막했죠"


 축구 선수 생활을 하다보면 누구나 한 번씩 겪게 되는 방황기와 정체기. 축구 말고는 다른 그 무엇도 할 수 없게 만들어버리는 국내 학원축구 체계는 늘 선수들에게 이같은 혼란을 야기한다. 축구 선수로서의 야망도 중요하지만 당장의 생활이 어려운 선수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대전 엑스포를 내가 지었다"고 말하는 그에게 찾아온 기회가 바로 내셔널리그였다.


"당시 수원시청의 선수모집 공고를 보고 정말 고민 많이 했어요. 왜 하필이면 수원일까? 차라리 다른 구단이었으면 선택이 더 쉬웠을텐데, 같은 연고지를 둔 다른 팀에서 뛰는 저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그런 자괴감에 어디론가 숨고만 싶었어요. 그때 와이프의 한 마디가 저를 꼼짝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여기 지원안하면 이혼이다"제가 어쩌겠어요? 그길로 바로 지원서 제출했죠"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남자요, 그 남자를 지배하는 것은 여자라더니 역시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그녀의 초강수가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 그를 볼 수 없었을테니 정말 감사, 또 감사해야 할 분이다.


 양종후 선수는 수원시청에 입단하면서 비로소 마음의 안정을 찾고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축구를 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가 수원시청에 입단할 수 있었던 이유가 압권이다. 나중에 김창겸 감독님께 전해 들어 안 이야기지만 감독님께서 "프로에 있던 놈이 여긴 왜 왔냐"로 묻자 답한 그의 말이 "수원시청에서 열심히 공차면 공무원 시켜줍니까"였단다. 그 한마디로 그는 지금까지 감독님의 가장 큰 신뢰를 받는 선수가 됐다. 어쩌면 5년 뒤 쯤에는 수원의 관공서 어디쯤에서 일하고 있는 그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영원한 힘의 원천"나의사랑, 나의 가족"


   
두 아들이 그린 그림 앞에서 자랑스러워하고 있는 그 역시 여느 아빠들과 다름없는 평범한 가장이었다. 




 그는 "학원축구를 거쳐 성인축구를 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모든 축구선수는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라며 국내 축구선수들이 거쳐 온 과정에 대한 고충을 토로한다. 자신이 겪어온 힘든 과정을 알기에 아들이 축구를 하고 싶다면 말리고 싶다는 그의 축구 인생에서 고비 때 마다 그를 지켜준 힘의 원천은 바로 가족이다.


올해로 결혼 7년차에 접어든 양종후 선수는 7살, 6살 두 아이의 아빠다. 가정이 있는 대부분의 선수들은 출퇴근을 하기 마련인데, 집이 부천인 양 선수는 다른 선수들과 함께 숙소생활을 자처했다.


"아무래도 나이가 적지 않다보니 점점 힘에 부치는 것들이 많아져요. 젊은 선수들과의 체력 싸움에서 뒤쳐지지 않으려면 출퇴근에 쓸 힘도 비축해야 해요. 체력으로 무장한 요즘 젊은 선수들만큼 무서운 게 없죠"라고 엄살을 부리지만 사실 양종후 선수도 체력에서는 빠지지 않는다.


리그의 거의 모든 경기를 빠지지 않고 풀타임으로 소화하는 양종후 선수 체력의 비결은 바로 홍삼. 그것도 부인이 삼으로 유명한 강화도 등지에서 구입해 직접 다려주는 홍삼의 힘이 제일 큰 위력을 발휘한다고 한다. 


"주말에 집에 가도 거의 경기가 끝난 후 지친 상태로 가다보니 한참 혈기왕성한 두 아들과 놀아주는 것도 버거울 때가 있어요. 아내가 걱정할까봐 최대한 힘든 내색을 하지 않으려다보니 말을 잘 안하게 되는데, 아내는 그게 불만인가 봐요. 그래도 혼자서 두 아들 훌륭히 잘 키워주고, 무뚝뚝한 남편까지 챙겨주는 아내에게 고마울 따름입니다"라며 아내에게"부유하지 않아도 엄마의 따뜻한 손길 안에서 건강하게 자라는 두 아들과 당신이 자랑스러워. 앞으로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금처럼만 살자"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훗날 아내와 함께 손잡고 거닐 수 있는 소박한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소망하는 그는 부모님과 가족 모두를 너무나 사랑한다는 진심어린 말도 함께 전했다.


 


"그들만의 리그"일단 한 번 와보시라니깐요!


 시종일관 편안한 웃음과 친근한 말솜씨로 유쾌한 인터뷰를 하던 양종후 선수도 승격제와 관련된 화두가 나오자 눈빛부터 달라진다.


"이런 말하면 연맹에서 호출 오는 것 아닌가 모르겠네(웃음). 하지만 할 말은 해야겠습니다"라고 운을 띄운 양종후 선수는 "제도가 정비되지 못한 현재 상태에서의 승격제는 아직 시기상조입니다. 무조건 다른 선진국을 따라가야 한다는 생각도 버려야 해요. 아직 국내 현실이 그 정도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는데, 계속 승격제를 고집한다면 제 2, 3의 국민은행이 안 나오란 보장도 없죠"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다들 "그들만의 리그"운운하시는데, 그들만의 리그가 어때서요? 전 순수하게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우리들만의 세계와 축제를 만들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봐요. 조금 시간을 두고 내실을 다진 뒤 다시 승격제를 논의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소신을 밝히는 그에게서 내셔널리그에 대한 자신감도 엿볼 수 있었다.


"내셔널리그의 매력은 치열한 경쟁을 통한 개인플레이가 아닌 팀플레이를 우선시 하는 선수들의 순수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이 아니라 신뢰가 바탕이 되는 축구를 구사하는 내셔널리그의 매력을 직접 와서 보고 느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는 그는 당당히 "일단 한 번 와서 경기를 보고 재미없으면 다시 오지 말라"고 얘기한다. 정말 대단한 자신감이다.    




 이제 수원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팀 내 최다 연승이자, 처음 목표로 생각했던 4관왕을 달성할 수 있는 중요한 기로인 전국체전을 치러야 하기 때문.


이미 대통령배와 선수권 대회 우승으로 목표의 절반은 달성한 상태. 작년에 못다 이룬 전국체전 우승과 후기리그 우승으로 양종후 선수 현역 최고의 성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모두 다른 수원시청 선수들에게 달려있다.


"많이 뛰지 못하는 형을 위해 더 많이 뛰어주는 후배들이 너무 고마워요. 경기에 출전하지 않아도 항상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선수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저도 더욱 열심히 뛰어서 제 번호 15번을 물려받을 후배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수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현대 축구의 꽃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 언제나 거름이 되어 주는 수비수들. 우리가 그들을 지켜보고 응원해야 하는 이유다. 이제 우리는 양종후 선수를 수원시청의 ‘영원한 수비수’로 기억하려 한다.


     
다른 선수들을 뒷받침 해주는 조용한 선수로 남고 싶다는 양종후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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